스즈키 이치로(43·마이매미)가 마침내 메이저리그 통산 3000안타를 기록했다. 수많은 기록을 쌓아온 그가 자신의 야구 인생과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에 다시 한 번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치로는 8일(한국시간) 미국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원정 경기에서 6번·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네 번째 타석이던 7회 초 안타를 기록했다. 상대 투수 크리스 러신의 컷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익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친 뒤 3루 베이스를 밟았다. 이 안타는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서 때려낸 3000번째 안타였다. 지난달 29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통산 2998안타를 기록한 이후 11타석 무안타에 그쳤던 이치로는 전날(7일) 경기에서 침묵을 깨며 3000안타 달성에 한 개차로 다가섰다. 그리고 하루 만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에서 3000안타를 기록한 30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7살, 늦은 나이에 시작된 도전이기에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일본 무대에서 9시즌을 뛴 그는 지난 2001년 시애틀과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꾸준한 몸 관리로 전성기가 지난 이후에도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40살이 넘어 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캡 앤슨과 리키 헨더슨 이후 세 번째다. 스포츠니폰 등 일본 언론들은 역대 최단 기간인 16시즌(2452경기·9567타석)만에 3000안타 고지를 밟은 그를 추켜세웠다.
이치로는 그동안 굵직한 기록들을 여러 개 남겼다. 데뷔 시즌인 2001년엔 1975년 보스턴 소속 프레드 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2004년엔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최초 기록을 남겼다. 262안타를 기록하며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1920년 조지 시슬러가 기록한 257개였다. 2001년부터 10년 연속 200안타를 기록했다. 이 역시 메이저리그 최초 기록이다.
지난 6월 16일 샌디에이고전에서는 2안타를 치며 미·일 통산 4257안타를 기록했다. 피트 로즈가 보유한 메이저리그 최다 안타(4256개) 기록을 넘어섰다. 기록 순수성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선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이날은 아시아 출신 타자 최초로 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이제 이치로에게 남은 건 명예의 전당 입성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크다. 3000안타가 보증수표다. 도박 스캔들로 영구 제명된 피트 로즈, 약물 복용으로 명예가 실추된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역사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이라는 무기도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507도루를 기록 중인 이치로는 3000안타-500도루 이상을 기록한 역대 7번째 선수다. 앞선 6명은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치로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다면 아시아 선수 최초다. 자국 선구자인 노모 히데오, 코리안특급 박찬호도 이뤄내지 못했다. 이치로가 보여준 업적과 모범적인 자세를 감안하면 다시 한 번 '최초' 기록을 남길 것이 확실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