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이하 미국시간)은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다. 이 기간 뒤에도 웨이버를 통한 트레이드는 가능하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를 막 지난 트레이드 데드라인은 각 팀들의 올시즌 중간 목표를 확인할 수 있는 때다. 일단 종료된 2016년 이적시장을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ㄱ) 간보기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에이스 투수 크리스 세일을 팔 수 있다라는 소식이 나오자 메이저리그가 웅성웅성했다. 세일은 올시즌도 다승 선두를 달리는 아메리칸리그 최고 투수다. 여기에 저렴한 장기계약으로 2019년까지 팀에 보유권이 있는 선수다. 올시즌 대권에 도전하는 텍사스, 보스턴, LA 다저스 뿐만 아니라, 뉴욕 양키스와 같이 내년 이후를 바라보는 팀들까지 세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국 ‘간보기’에 불과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 전날 별다른 소문 없이 세일은 팀에 잔류하게 되었다. 과거 필라델피아가 콜 하멜스를 팔아치우는데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올해의 간보기는 기나긴 트레이드 줄다리기의 시작일지 모른다.
(ㄴ) 나들이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7월 29일 마이애미와 샌디에이고는 4대4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앤드류 캐쉬너와 콜린 레아가 마이애미로 건너가고, 마이애미 유망주들이 샌디에이고로 건너가는 트레이드였다.
하지만 콜린 레아는 마이애미 데뷔 경기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8월 1일, 트레이드에 포함됐던 유망주 루이스 카스티요와 맞트레이드 되어 원소속팀 샌디에이고로 돌아가게 되었다. 레아의 3일 간의 마이애미 나들이는 비극으로 끝난셈이다. 야후 스포츠의 대표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은 "마이애미가 영수증을 잘 보관한 모양"이라고 촌평했다.
(ㄷ) 다걸기
텍사스는 이번 이적시장을 가장 바쁘게 보낸 팀이다. 조나단 루크로이, 카를로스 벨트란, 제레미 제프리스를 보강하며 팀의 약점을 알차게 보강했다. 루크로이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반열에 꼽힌다. 올시즌 .299/.359/.482의 타격 성적에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은 2.8로 메이저리그 전체 3위다. 텍사스는 올시즌 브라이언 할라데이, 브렛 니콜라스, 로빈슨 치리노스, 바비 윌슨 등 포수 4명을 기용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네 선수가 합작한 성적은 .231/.285/.419와 WAR 1.0에 불과했다.
이밖에 조쉬 해밀턴과 추신수의 부상, 델라이노 데쉴즈의 부상으로 텅비었던 외야 자리에 카를로스 벨트란을 영입했고, 밀워키 브루어스의 마무리 투수 제레미 제프리스를 데려와 강점인 불펜진을 더더욱 강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ㄹ) 리툴링 (re-tooling)
피츠버그는 지구 선두 시카고 컵스에 10.5게임, 와일드카드 2위인 마이애미 말린스에 4경기 뒤져 있다. 5할 승률이 간당간당하다. 와일드카드는 충분히 도전할 만 하지만, 이번에는 쉬어가는 선택을 했다. 스몰 마켓 팀인 피츠버그는 ‘모험’ 실패하는 부담을 짊어지기에는 호주머니가 얇다.
그렇다고 다른 셀러 팀들처럼 주축 선수를 무턱대고 팔아 유망주를 채우는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다. 피츠버그는 ‘전면적인 리빌딩’이 아닌 ‘잠시 쉬어가는 리툴링’을 택했다. 지속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팀을 만들겠다라는 닐 헌팅턴 단장의 청사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마무리 마크 멜란슨을 보내고 평균 구속이 95마일을 상회하는 메이저리그 2년차 불펜 투수 펠리페 리베로를 받아왔다. 별다른 육성기간 없이 즉시 셋업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래의 마무리라는 기대도 받는다. 양키스에서 데려온 이반 노바, 토론토에서 받아온 드류 허치슨 역시 당장 선발 로테이션에 투입할 만한 자원이다.
(ㅁ) 마감시한
매년 이적 시장의 마감시한은 7월 31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보다 하루 늦은 8월 1일이다. 7월 31일이 주말과 겹쳤기 때문이다. 롭 맨프레드 MLB 사무국 총재는 구단 관계자 및 기자들의 즐거운 주말을 위해, 마감시한을 하루 연장해줬다.
(ㅂ) 불펜
시즌초 켄 자일스와 크레익 킴브렐의 이적은 불펜 투수 값어치가 크게 올랐다는 신호였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신호는 더 커졌다. 아롤디스 채프먼과 앤드류 밀러는 양키스에 클린트 프래이저, 글레이버 토레스라는 전미 30위권 유망주를 남겨주고 떠났다. 밀워키의 셋업맨 윌 스미스의 트레이드 상대인 필 빅포드 역시 올시즌 퓨처스리그에 출전한 특급 투수 유망주다. 심지어 40살의 노장 페르난도 로드니의 '판매 가격'도 싱글A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인 크리스 패독이었다.
(ㅅ) 샐러리 덤프(Salary Dump)
2015년을 앞두고 3년 3900만 달러 재계약을 한 프란시스코 리리아노. 계약 첫 해 빼어난 피칭을 했지만, 올시즌은 대부진이다. 9이닝당 볼넷은 3.38에서 5.46으로 상승했고, 9이닝당 피홈런 역시 0.72개에서 1.50개로 2배 이상 올랐다. 평균자책점은 5점대다. WAR은 아예 마이너스 값이다.
피츠버그는 리리아노에 유망주 해롤드 라미레스, 리즈 맥과이어를 얹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보냈다. 리리아노의 남은 연봉 1500만 달러를 두 유망주를 미끼로 떠넘긴 셈이다. 재정에 여유가 있는 토론토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장사다. 빅마켓 팀에게 1500만 달러 정도는 큰 부담이 아니다. 3년 전 리리아노의 부활을 이끌었던 포수 러셀 마틴의 존재는 왠지 모르게 든든하다.
(ㅇ) 연어
친정팀으로 돌아간 ‘연어’같은 선수가 많다. 스티븐 피어스는 지난해 볼티모어의 개막전 4번 타자 겸 1루수였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시즌을 망치며 방출되었었다. 올시즌 탬파베이와 계약한 그는 1루수, 좌익수, 2루수 자리를 두루 메꾸며 .309/.388/.520이라는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1일 트레이드로 다시 볼티모어로 되돌아 왔다. 코너 외야수 자리를 맡아줄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부진하던 존 니스와 안토니오 바스타도 역시 맞트레이드로 친정팀으로 돌아가 부활을 꿈꾸게 되었다.
(ㅈ) 짝수해 징크스
샌프란시스코의 짝수해 징크스는 유명하다. 2010년, 2012년, 2014년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에도 좋은 성적이다.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나가고 싶어서일까. 샌프란시스코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과감한 움직임을 보였다.
팀내 최고 유망주인 필 빅포드를 내주고 밀워키에서 불펜 투수 윌 스미스를 데려왔다. 주전 3루수 맷 더피와 지난해 600만 달러를 주고 계약한 18세 유망주를 묶어 최근 9경기 60.1이닝에서 2.3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탬파베 좌완 선발투수 맷 무어를 데려왔다. 적잖은 대가를 치뤘지만, 두 선수 모두 FA까지 시간이 제법 남아 있다. 나쁘지 않은 영입이다.
(ㅊ) 친정 사랑
LA 다저스 단장 파르한 자이디는 전에 몸담았던 오클랜드 출신 선수를 유달리 선호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쉬 레딕, 리치 힐, 제시 차베즈 등은 모두 지난 2년간 오클랜드를 거쳐간 선수들이다. 단순한 우연일까. 이전 직장의 인맥과 정보를 활용한 필연일까.
(ㅋ) 캐쉬맨 단장
19년째 양키스를 이끌고 있는 브라이언 캐쉬맨 단장. 양키스가 언제나 최고 팀이었던 덕에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는 늘 좋은 선수를 ‘사오는’ 입장에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양키스는 볼티모어와 토론토, 보스턴에 크게 뒤진채 지구 4위에 머물러 있다.
처음 경험하게 된 ‘셀러(Seller)’ 입장. 하지만 캐쉬먼 단장의 수완은 괜찮았다. 아롤디스 채프먼, 앤드류 밀러, 카를로스 벨트란 세 선수를 내보내고 유망주를 잔뜩 얻어오는 데 성공했다. MLB닷컴이 발표하는 팀내 유망주 1위(클린트 프래이져), 2위(글레이버 토레스), 7위(저스티스 쉐필드), 11위(딜런 테이트)는 모두 지난 1주일 동안 이적해 온 새 얼굴들이다. 이제 양키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탄탄한 유망주 층을 구축한 팀이다.
(ㅌ) 퇴짜
텍사스 유니폼을 입게 된 조나단 루크로이. 불과 반나절 전만 해도 행선지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결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루크로이는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해 클리블랜드에게 ‘퇴짜’를 놓았다. 그는 월드시리즈 반지를 꿈꾼다. 그래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 클리블랜드 대신 서부지구 1위 텍사스를 선택했다.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두 달 뒤에 결과가 나온다.
(ㅍ)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텍사스로 옮긴 카를로스 벨트란은, 대표적인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다. 명예의 전당 입성을 바라보는 베테랑 선수로 정규시즌 성적 역시 출중하다. 그러나 가을에는 아예 다른 선수가 되곤 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52경기에 출장했고 0.332/0.441/0.674를 찍었다. 홈런도 무려 16개. 텍사스는 1961년 창단 이래 단 한번의 우승도 경험하지 못했다. ‘가을 DNA’를 지닌 벨트란이 텍사스를 첫 우승으로 인도할 수 있을까.
(ㅎ) 호황
올시즌 이적 시장은 매우 바빴다. 6월 1일 ~ 8월 1일 두 달 동안 48건의 트레이드가 발생했다. 지난 20년 동안 가장 많은 숫자였다. 이 시기 최저는 23건, 최다는 43건이었다.
임선규(비즈볼프로젝트) 지속적인 스포츠 콘텐트 생산을 목표로 하는 젊은 스포츠 연구자들의 모임. 일간스포츠와는 2014년부터 협력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