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1만 점포' 시대가 도래했다. 1989년 서울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 국내 첫 번째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오픈한 이후 27년 만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업무도 다양해지고 있다. 카페나 미팅룸·주차타워·약국·노래방 등 휴식·업무 공간을 갖춘 편의점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너도나도 창업에 몰리다 보니 본사 매출이 증가하는 반면 개별 점주들의 매출은 해마다 곤두박질치고 있다.
1만 점포에 약국·노래방까지 품어
7월 3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편의점 점포 수는 3만 개를 넘어섰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1만106개,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1만40개로 나란히 '1만 점포' 시대를 열었다. 세븐일레븐도 9000여 개 점포를 보유해 조만간 1만 점포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들 3사의 지난달 점포 증가율은 전달 대비 13.4%에 달한다.
편의점의 고성장 이유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편의점 업체들이 소용량, 소포장 상품을 선보이며 맞춤 상품 구색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24시간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생활 편의 시설로 자리매김한 것도 매장 증가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과거 편의점의 역할은 '동네 슈퍼'였다. 담배를 비롯해 음료수·아이스크림·삼각김밥처럼 간편식을 사는 공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생필품은 물론이고 신선 식품 품목을 크게 늘려 대형 마트에 가지 않아도 장을 볼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났다.
또 택배 서비스를 비롯해 상비약을 판매하는 약국, 든든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음식점, 고급 원두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 직장인들의 회의 공간을 제공하는 세미나실, 공과금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은행으로까지 변신했다. 최근에는 주차타워·노래방 등과 손을 잡은 이색 편의점도 등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등록한 편의점 수가 3만 개가 넘고 비회원사까지 포함하면 4만 개 이상"이라며 "편의점은 이제 단순 유통업을 넘어 금융과 공공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복지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공화국'…결국 본사만 배불려
편의점 업계의 이 같은 고속 성장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편의점 공화국'이란 말이 들릴 정도로 편의점 수가 넘쳐 나면서 본사 매출이 증가하는 반면 개별 점주들이 손에 쥐는 이익은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실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상승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편의점 점포당 매출 성장률은 4.1%에 그쳤다. 같은 기간 본사의 매출이 18%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1~2월 작년 담뱃값 인상으로 기저효과(17% 상승)를 제외한 이후에도 3월 6.8%, 4월 4.8%로 그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문제는 개별 점포의 매출 하락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편의점 본사의 점포 수 경쟁으로 점포당 인구수가 매년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한 곳당 인구수는 1995년 2만8000여 명에서 2005년 5400여 명, 지난해 1700명 안팎(업계 추정치)으로 급감했다. 1800명 안팎인 일본보다 더 포화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편의점 운영 비용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와 아르바이트 직원 급여가 매년 오르면서 운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점주는 "점주 근무 시간을 아르바이트생으로 대체할 경우 최저 임금(2016년 기준 6030원)을 적용해도 매달 최소 150만원 이상의 인건비가 추가로 소요된다"며 "이 경우 점주 순이익은 월평균 100만원 이하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본사가 양적 성장에 치우치다 보면 아무래도 부실 점포를 양산할 수 있다"며 "점포의 내실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규모를 키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