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28일(한국시간) 2016 프랑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16강전에서 아이슬란드에 1-2로 역전패 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메이저대회 출전이 전무했던 아이슬란드에 패한 잉글랜드는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잉글랜드 로이 호지슨(69) 감독은 즉각 사퇴했다. 그는 경기 직후 "매우 실망스럽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유럽 언론은 잉글랜드의 탈락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에 빗댔다. 잉글랜드는 지난 23일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이튿날 51.9% 찬성으로 EU 탈퇴를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브렉시트 이후 불과 사흘 만에 또 한 번 유럽에서 떨어져 나가는 '축구판 브렉시트'를 경험한 것이다.
문제는 브렉시트와 달리 '축구변방'에 져 유로 2016에서 탈락하는 시나리오는 영국인이 원하는 시나리오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은 잉글랜드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유력지 가디언은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잉글랜드가 유로에서 퇴장했다"고 보도했다. 공영방송 BBC는 "피라미에게 모욕당했다"고 전했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골잡이 출신 앨런 시어러(45)는 BBC와 인터뷰에서 "유로 2016 16강전은 내가 지금까지 본 대표팀 경기 중 최악이었다"고 혹평했다.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아웃! 잉글랜드"라고 했다. 외신도 잉글랜드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영국은 최근 나흘간 유럽에서 두 번 떨어져 나갔다"고 비꼬았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브렉시트 2'라는 제목으로 영화 본편의 후속작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반면 '인구 33만의 소국' 아이슬란드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프로리그는 아예 없고, 해외 진출 선수와 아마추어 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100여 명 수준인 가운데 이룬 기적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거함' 잉글랜드가 침몰하던 순간 흥분한 아이슬란드 축구해설자 구드문두르 베네딕손은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 보셨습니까? 지금 계시냐고요? 우린 대회가 끝날 때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저는 제발 이 달콤한 꿈에서 안 깼으면 좋겠습니다. 잉글랜드, 당신들은 유럽에서 나가도 좋습니다. 여기는 프랑스 니스, 아이슬란드 2, 그리고 잉글랜드는 1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