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이준익 감독)'에 출연한 송강호·유아인·전혜진이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연기상 후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송강호와 유아인은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전혜진은 영화부문 여자 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빛나는 캐릭터가 많았고 어느 한 명 존재감을 보여주지 않은 배우가 없었다는 의미다. 한 작품에서 다수의 배우가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수상 결과는 6월 3일 오후 8시 30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되는 제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상예술대상은 JTBC PLUS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며 조인스 문화사업 부문이 주관한다. JTBC·JTBC2로 생방송되며 중국 아이치이서 동시 동영상 생중계한다. 스타센추리·르노 삼성이 협찬한다. (후보자 소개는 가나다 순)
▶송강호
송강호의 선택엔 믿음이 간다.
작품과 캐릭터를 고르는 안목도 뛰어나지만 그가 보여주는 연기도 늘 기대 이상이다. 작품을 쉬지 않고 하면서도 매번 새 작품,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서는 송강호.
지난해엔 '사도'로 관객들의 만족감을 가득 채웠다. '사도'에서 그는 조선 21대왕 영조를 연기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영조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은 많았지만, 송강호는 이전 배우들과는 또 다른 영조를 완성했다. 정치적인 해석이 아닌 아비의 마음으로 영조를 표현했다. 영화에서 영조의 40년 인생을 연기한 부분에선 '역시 송강호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영조의 나이대 별로 목소리 톤이나 행동 등에 변화를 주면서도 동시에 통일감을 줬다. 처음 선보인 왕 역할이지만 노련미가 돋보였다. 송강호는 영화 '관상' 등에서 사극 연기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왕 역할을 맡은건 '사도'가 처음이었다. 데뷔 25년차 배우지만, 이번 캐릭터를 위해 배우들과 합숙까지 하는 열의를 보였다.
최고의 자리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노력형' 배우 송강호가 수상의 기쁨까지 맛 볼지 관심이 모아진다.
▶유아인
지난 1년은 '유아인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베테랑'으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단 유아인이 '사도'로 연기에 물이 제대로 올랐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사도'로 첫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올해 백상에서도 같은 작품으로 남자 최우수 연기상에 도전한다.
'사도'에서 유아인은 비운의 사도세자를 분했다. 군주 영조의 아들이자 세손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 10년을 연기하면서 아버지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듣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아들의 마음과 아들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컴플렉스를 가진 아비의 마음을 모두 담아냈다.
목소리 톤의 변화로 캐릭터의 변화와 감정 라인을 디테일하게 그려낸 부분에선 호평을 이끌어냈다.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선보인 감정신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선배 송강호와 호흡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배우의 연기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작은 빈틈도 허용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전혜진
'사도'로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극 중 전혜진은 아들을 죽이려는 남편의 아내와, 위기에 내몰린 아들의 어미인 영빈을 연기했다. 아들과 남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고통 받는 연기를 깊이감 있게 표현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앞에서도 늘 주눅 들어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 하는 캐릭터였다. 캐릭터는 답답했을지 몰라도 영화 속에서 그가 보여주는 연기엔 확신과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19년 차 연기 경력이 빛났다.
사실 전혜진은 연극에서 다진 탄탄한 연기력 덕에 충무로에선 이미 감독과 제작사에서 믿고 캐릭터를 맡기는 배우로 오래 전부터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작품에서 보여주는 연기와 내공에 비해 빛나는 조명을 받진 못 했다. 상 복이 많은 배우도 아니었다.
그런 전혜진이 지난해 청룡영화상에 이어 올해의 영화상에서 '사도'로 조연상을 수상했다. '사도'가 그의 대표작이 되며 전혜진이 출연한 전작까지 재조명되는 효과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