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살아있는 '전설' 로비 킨(36·LA 갤럭시) 특유의 '쌍권총 세리머니'를 유로2016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킨이 오는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 아일랜드 대표팀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마틴 오닐(64) 아일랜드 대표팀 감독은 13일(한국시간) 그를 포함한 3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킨의 득점포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는 유로2016 예선에서도 9경기에 나서 5골을 몰아치며 베테랑의 품격을 과시했다.
킨은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여전히 쌍권총 세리머니를 펼친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은 더욱 대단하다. 킨은 2012년부터 미국 프로축구(MLS) LA 갤럭시에서 뛰고 있다. 그는 MLS 데뷔 시즌 16골을 기록하더니 지난 시즌에는 20골을 폭발시키며 득점 순위 3위에 오르는 괴력을 과시했다. '노장' 킨이 여전히 아일랜드 대표팀의 부름을 받는 이유다.
킨은 지난 3월 말 무릎 부상으로 유로2016 출전이 불투명했다. 당시 LA 갤럭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킨이 약 6주 정도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 밝혀 오닐 감독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예정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에 성공했다. 킨은 지난 8일 LA 홈에서 열린 뉴잉글랜드 레볼루션과의 정규 리그에서 약 5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2골을 몰아치며 팀의 4-2 완승을 이끌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킨(가운데).
킨이 대단한 이유는 또 있다. 그는 현역 유럽 국가대표 선수 중 A매치 최다 골 기록의 소유자다. 2002 한일 월드컵에도 출전했던 킨은 1998년 국가대표팀 데뷔 뒤 단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아일랜드의 녹색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현재 A매치 143경기 67골을 기록 중이다.
스웨덴 '고공 폭격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파리 생제르망·A매치 112경기 62골)와 포르투갈의 '전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A매치 125경기 56골)보다 더 많은 골을 넣고 있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1998년 당시의 킨.
과거 유럽을 빛낸 전설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킨보다 많은 A매치 골을 터뜨린 선수는 페렌츠 푸스카스(헝가리·84골)와 산도르 코츠시스(헝가리·75골),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71골) 그리고 게르트 뮐러(독일·68골) 4명 뿐이다. 더구나 헝가리는 1950년대 세계 축구를 주름잡았던 '최강팀'이었으며 독일은 예나 지금이나 세계적인 축구 강국이다. 킨의 기록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이변이 없는 한 킨은 유로2016 아일랜드 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는 벨기에·이탈리아·스웨덴과 함께 E조에 속해 있다. 만약 킨이 A매치에서 한 골만 더 추가할 경우 68골로 독일 축구의 전설로 추앙받는 뮐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