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미블' 감독은 작품의 기획 단계부터 '민선재'역에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어려웠을 듯하다.
친근한 형처럼 선한 눈매을 가진 배우 김강우가 광기어린 눈빛으로 시청자의 마음과 밀당을 벌이고 있다.
김강우는 MBC 수목극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열등감과 불우한 가정환경,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짝사랑으로 '악인'이 되어버린 민선재역을 맡았다. 드라마마다 악역이 주목받는 것이 최근 안방극장의 경향인 가운데, 김강우의 악역은 범접할 수 없는 '절대악'이나 피도 눈물도 없는 '싸이코패스'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악인이 되어가는 이유와 과정은 드라마 내내 세심하게 제시되어, 시청자들은 그의 심정에 고개를 끄덕이며 측은한 마음마저 갖게된다. 이에 '연민형 악역', '이유있는 악역'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즈음, 김강우 특유의 선한 눈빛은 독한 광기로 타오르며 맺힌 한을 절규로 풀어낸다. '굿미블'의 애청자들은 김강우가 보여주는 그 줄다리기에 빠져있는 것.
17일 방송에서 김강우는 살인을 저지른 후 죄책감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다가도 금새 독기 품은 눈빛을 드러내고, 자신의 죄가 드러날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점점 난폭하게 변해가는 민선재의 감정을 선명하게 그려냈다.
23일 방송에서는 '일과 사랑'을 모두 수중에 넣을 기회를 얻은 김강우의 모습이 그려진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김강우는 실종된 임세미(차지수)로부터 위임장을 받게 됐고, 절친인 이진욱(차지원)만 사라지면 선우그룹은 물론 자신이 짝사랑하던 유인영(윤마리)까지 차지하려 한다, 선우그룹의 이사가 된 그는 이진욱의 집에서 지내며 이진욱의 가족사진을 치워버리는 등 선우그룹 회장처럼 행동하기 시작했고, 자신을 의심하는 유인영에게 "친구고 뭐고 다 이용해서 나만 살자고 이러는 것 같아? 없는 놈이 얘기하니까 다 거짓말 같냐"며 울분을 토해내며 눈물을 흘렸다.
이 눈물의 의미는 간단하지 않았다. 자신이 주인이 될 선우그룹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사건을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적을 위해 유인영을 달래기 시작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진 것이 없어 겪어왔던 서러움과 죄책감 등 각종 감정들이 복받쳐 눈물을 터뜨린 것이다. 양발을 각각 '선'과 '악'에 담근 한 남자의 심정을 연기해 내는 김강우를 보며 애청자들은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24일 방송에서도 김강우의 눈빛은 강렬했다. 극 특유의 '사이다 진행'과 함께 24일 방송에서 김강우는 그토록 원하던 유인영과의 결혼에 성공하지만, 죽은 줄만 알았던 이진욱이 나타나며 순탄치 않은 미래를 암시했다. 가든파티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진욱의 모습을 확인한 김강우의 표정은 압권. 이진욱의 등장에 흔들리는 유인영의 모습에 분노에 휩싸이며 처절하게 노려보는 눈빛은 살기마저 느끼게 했다.
김강우의 이러한 연기력에 원작 팬들도 반색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원작 남주 '캠벨'과 김강우의 높은 싱크로율에 대한 긍정적 반응들이 쏟아 지고 있는 것.
한 방송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불운 했던 한 남자가 악마에게 운명을 팔아 지키고자 하는 그릇된 욕망에 대한 김강우의 처절한 연기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강우는 자신이 뺏은 권력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악행을 하고 있지만 죄책감과 공포감에 휩싸인 연기를 내 뿜으며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운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화책에서 절규 하는 '캠벨'이 살아 돌아온 듯 흡사하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박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