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맛있는 걸 먹어본 사람만이 또 맛있는 음식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에 딱 맞는 표현이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팀 분위기가 좋거나 나쁠 때와 관계없이 항상 달고 사는 말이 있다. 바로 "우승이 얼마나 달콤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또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말이다. 최근 몇 해 동안 여자농구를 평정하며 얻은 경험이 곧 '우승 DNA'가 됐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의 '우승 본능'은 이번 시즌에도 잘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20일 벌어진 KDB생명 2015~2016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부천 KEB하나은행을 69-51로 눌렀다. 3연승을 달린 우리은행은 통합 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 4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우승으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위성우(45) 감독은 통합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1위 팀이라고 해서 힘든 게 없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이 있지만) 표현을 못할 뿐"이라며 "올 시즌은 초반 고비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묵묵히 잘 따라와줬고 운도 많이 따랐다"고 밝혔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초반 5경기에서 2번이나 패했다. 주전 가드 이승아(24)의 부상 영향이 컸다. 이 모습을 본 전문가들은 "이번 만큼은 우리은행도 우승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즌 전부터 우리은행을 '공공의 적'으로 꼽았던 타구단 사령탑들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흔들리지 않았다.
우승 DNA를 가진 팀의 저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주전과 비주전 선수 할 것 없이 '우리은행은 강하다'는 자부심이 머릿 속 깊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주장 양지희(32)는 당시 "우승을 해봤기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분명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위 감독 역시 흔들림이 없었다. 최근 3년간의 정상을 지켜온 그는 뛰어난 용병술을 발휘했다. 그는 이승아 대신 식스맨으로 활약했던 이은혜(27)를 투입했다.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신예 김단비(24)도 적극 활용했다.
이들에게도 우승 DNA는 있었다. 이은혜는 이승아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는 주전급 활약을 펼쳤다. 김단비도 공·수에서 촉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위기에 대처한 우리은행은 2패 이후 13연승을 달리며 독주 체제를 갖췄고 결국 우승에 골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