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규가 삼성 소속이던 지난해 3월 2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2루타를 때려낸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구단 제공 "큰 도전이다.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 살짝 겁도 난다."
우리 나이로 39세. 환경도, 언어도 모두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 모험이 뒤따르는 도전을 결심했다. 물론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 그래도 현역 선수로 그라운드를 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뛴 강봉규(38)의 이야기다.
강봉규는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부흐빈더 레지언나레 레겐스부르크와 계약했다. 국내 팬들에겐 다소 생소한 독일 분데스리가는 1984년 창설한 세미 프로리그다. 1부리그에는 남부(8개)와 북부(7개) 총 15개 팀이 있다. 강봉규가 앞으로 뛸 부흐빈더는 2010∼2013년, 4년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대표팀 출신인 강봉규는 2000년 두산에 입단, 2006년 시즌 전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다. 프로 통산 성적은 총 909경기에서 타율 0.262(1991타수 522안타)-49홈런-26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구단에 방출을 요청한 강봉규는 지도자 입문과 현역 연장 사이에서 고민하다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다음은 강봉규와의 일문일답.
-독일 진출을 결정했다. "아직까진 (현역으로) 좀 더 해볼 만 하지 않나 싶었다. 선수는 한 번 그만두면 다시 할 수 없지 않나. 어디서든 야구를 할 수 있는 몸 상태라면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다. 독일에서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았고."
-많은 리그 중 독일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삼성에서 함께 한 코야마 진 트레이닝 코치와 친하다. 유럽 야구에 대한 기사를 접한 가운데 코야마 코치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유럽 리그도 괜찮겠다' 싶었다. 마침 코야마 코치가 '밴덴헐크(전 삼성·현 소프트뱅크)가 유럽에서 인지도가 높다'며 연락을 권했다. 밴덴헐크한테 연락하니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여러곳에 연락했더라.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제안을 받았는데 '리그 수준이 독일이 더 높다'고 해 최종 결정했다."
강봉규(오른쪽)가 호수비를 펼친 뒤 선발 투수 밴덴헐크의 환영을 받고 있다. 구단 제공 -밴덴헐크가 중간에서 큰 역할을 한 것 같은데. "밥 사준 보람이 있었다(웃음). 워낙 붙임성이 좋고 착한 선수다. 감사하다."
-그 동안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왜 어려움이 없었겠나. 연봉 수준도 굉장히 낮고 독일 야구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다. 또 주변 환경이나 언어 문제까지 다 생각했다. 그래도 야구를 하러 가는 것이니까 부딪혀 봐야지."
-최근 몇 년 간 크고 작은 부상으로 1군 출장이 뜸했다. 현재 몸 상태는. "허리와 목, 어깨가 그닥 좋지 않았는데 최근 스트레칭과 코어 운동을 하면서 많이 회복했다. 예전보다 확실히 괜찮은 것 같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 나서면서 많이 무리하지도 않았다. 경기 출장에 큰 지장은 없다."
강봉규는 지난해 퓨처스리그 66경기에 출장, 타율 0.318-6홈런-26타점-출루율 0.444-장타율 0.510을 기록했다. 1군 5경기에선 6타수 무안타였다.
-프로에서 가장 좋았던 시간을 꼽는다면. "2009년 야구를 잘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2011년 통합 우승 역시 마찬가지다. 2006년 삼성으로 트레이드 된 게 전환점이었다. 초반에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만약 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더 빨리 그만뒀을 것 같다. 남들처럼 주전 생활을 오래하며 활약한 건 아니지만 프로에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에 뛴 것 만으로도 좋은 기억이다."
강봉규는 2009년 126경기에서 타율 0.310-20홈런-78타점-89득점-20도루를 기록했다. '20-20 클럽'에 가입하는 등 프로 데뷔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반면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두산(2000년 입단)에서 부상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2003년 손목, 2004년 어깨 수술 등을 받았다. 그때 너무 빨리 마음을 접은 게 안타깝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국가대표 4번타자로도 활약했는데. "대학교 때 좋았다. 그땐 야구가 참 쉬웠는데, 프로에선 왜 이렇게 어려운지(웃음).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최근에는 어떻게 지냈나. "지방에서 고려대 동계훈련을 소화했다. 28일에 집에 돌아왔다. 이제 주변 정리도 해야하고. 3월15일쯤 출국 예정인데 남은 시간 동안 바쁠 것 같다."
-이제 독일 리그 진출이 실감날 것 같은데. "큰 도전인 것 같다.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 살짝 겁도 나긴 한다. 그래도 주변 환경, 특히 언어 적응이 필수인 것 같다."
강봉규는 통역 없이 현지에서 홀로 생활할 예정이다.
-독일 리그에서 목표는. "일단 집(아내)에서 보내준다니까 고맙다.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으니까. 선수 생활을 더 연장할 수 있게끔 해줘 고맙다. 그래서 더 잘해야된다. 비록 돈을 붙여주지 못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게…보답이라 하긴 그렇고 미안하지 않게끔 해야하지 않겠나 싶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지 다른 선수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