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빠진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경질설에 휩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루이스 판 할(65) 감독이 또 한 번 위기탈출에 성공했다.
맨유는 23일(한국시간) 치러진 그린하우스 미도우서 치러진 슈루즈버리와의 2015-2016 잉글랜드 축구 협회(FA) 컵 16강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의 승리로 판 할 감독은 또 한 번 생명을 연장했다. 앞서 영국 ‘인디펜던트’는 “판 할 감독은 FA컵에서 패할 경우 경질당할 것이다”라며 경질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판 할 감독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완벽한 경기력을 펼쳤다.
이 같은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판 할 감독은 올 시즌 최악의 경기력을 펼치다, 경질설이 제기될 때 쯤 거짓말처럼 승리를 거둬왔다. 이처럼 판 할 감독의 생명을 거짓말처럼 연장시켜줬던 경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vs 모스크바(15.11.04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예선 4차전)
판 할 감독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시기다. 물론 지금과 비교하면 투정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당시 맨유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4경기 연속 무승(3무 1패)를 거두고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득점은 단 1골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2부 리그 소속의 미들즈브러에게도 패하며 캐피털원컵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에 맨유의 전설적인 선수 폴 스콜스(42)는 “현재 맨유는 상대하기 싫은 팀이며 함께 뛰고 싶지도 않은 팀이다”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판 할 감독도 어느 정도 문제를 인식한 듯 변화를 단행했다. 최전방 공격수 웨인 루니(31)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루니는 앞선 경기들에 비해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고 결승골까지 터트렸다.
경기 후 판 할 감독은 “루니의 득점은 환상적이었으며, 우리는 경기를 89분 내내 지배했다”라고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후 맨유는 3연승을 기록, 상승세를 타는 듯했으나 PSV 아인트호벤과의 조별 예선 5차전을 시작으로 8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지독한 부진에 빠진다.
vs 첼시(15.12.29 EPL 19라운드)
첼시와의 19라운드를 앞두고 판 할 감독의 경질설이 강력하게 나돌았다. 일각에서는 첼시전이 판 할 감독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주장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당시 성적은 물론 경기 내용까지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맨유는 7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4연패 중이었다. 이 가운데 판 할 감독은 “구단이 나를 경질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내가 스스로 물러나기도 한다”라며 사임 가능성을 언급했고, 그의 경질을 원하던 팬들은 첼시가 맨유를 꺾어주길 간절히 희망했다.
그러나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판 할 감독은 첼시를 상대로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며 경질설을 무마했다.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지난 경기와 달리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주며 첼시를 당황케 했다.
경기 후 전 리버풀 수비수 제이미 캐러거(37)는 “첼시전 맨유의 전술과 압박 방식은 과거 맨유의 모습 같았다”라며 달라진 경기력을 언급했다. 비난을 쏟아내던 스콜스도 누그러졌다. 그는 “성적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시간과 기회를 더 줘도 된다고 본다”라며 판 할 감독의 유임을 주장했다.
압도적인 승리 없이도 여론을 바꾼 것이다. 이에 판 할 감독은 “선수들이 첼시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사임할 이유가 없다”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vs 더비 카운티(16.01.30 FA컵 4라운드)
경질설에 시달리던 판 할 감독은 이번에는 사임설에 휩싸였다. 앞선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서 당한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영국 복수의 매체는 “판 할 감독이 사우샘프턴전 이후 구단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판 할 감독은 이러한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더비 카운티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 것이고, 난 거기에 답변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건 매우 지독하고 끔찍한 일이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내가 또 진다면 그 땐 네 번째 경질을 당할 것이다. 아마도 그때 당신들은 진실을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
시선은 더비 카운티전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팬들의 염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맨유는 사우샘프턴전 무력했던 모습과 달리 총 3득점을 터트리며 더비 카운티를 압도했다. 이에 판 할 감독은 올 시즌 FA컵 우승을 노리고 있는 상황. 경기 후 판 할 감독은 “나는 맨유와 3년 계약을 맺었고 다음 시즌까지 감독직을 유지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벼랑 끝에 몰릴 때마다 거짓말처럼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판 할 감독이 계약 기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