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를 가장 뜨겁게 달군 사나이는 단연 구자욱(23·삼성)이다. 훤칠한 외모와 모델 같은 몸매로 개막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개막 후엔 외모를 뛰어넘는 실력으로 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2011~14년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은 올해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는 등 팀 안팎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팀에서 이탈자가 많아 지난해보다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챔피언의 자리에서 내려와 이제 도전자로 정상에 도전한다. 2015시즌 신인상을 수상한 구자욱은 2016시즌, 삼성의 중심 선수로 성장해야 한다. 지난해 보여준 활약보다 2016년은 물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구자욱을 만났다.
'야구 선수' 구자욱(23)이 가장 처음 주목을 받은 건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왕을 수상한 2014년 11월 KBO 시상식에서였다.
구자욱은 시상식 후 자신의 기사를 읽어봤다. 그는 "한 번씩 기사 댓글을 보는데 시상식 뒤에 '1군 오면 통하겠냐' '1군이 호락호락 할 것 같나'는 댓글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야구로 진짜 보여줘야겠다'고 강하게 마음 먹었다"고 회상했다.
구자욱은 수려한 외모 탓에 '잘 놀 것 같다'는 편견이 따라 붙는다. 지난 시즌 도중에는 인기 연예인과 열애설이 났는데, 여느 선수와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그는 "(열애설이 터진 후) 타석에 들어서면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반짝하고 끝나는 선수가 될까봐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외모로 평가받는 게 싫다. 그는 "나는 야구 선수다. 외모로 평가받는 건 싫다. 외모 때문에 좀 놀 것 같고, 연습 안 할 것 같고, 꾀 부릴 것 같고, 뺀질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가까이서 그와 함께하는 이들은 다른 평가를 내린다. 지난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구자욱은 관심사병이다"고 류중일 감독은 "자욱이가 외모와 달리 단단하다. 성격이나 훈련 태도를 보면 목표의식이 강한 선수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구자욱의 어머니 최은숙씨는 '(학창시절 때) 인물이 좋으니까 다른길로 가도 괜찮겠다'는 식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고 한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가졌다. 최 씨는 "자욱이가 늦게 들어오면 혹시 나쁜 길로 샐까봐 아버지가 몇 시까지 들어오라고 연락한다"며 "지금까지 말썽을 부린 적이 한 번도 없는 아들이다"고 말했다. 또 "생긴 것과 달리 욕심이 많고 독하다"고 귀띔했다.
구자욱은 프로 첫 시즌 많이 묻고 많이 연습했다. 한 코칭스태프는 "구자욱은 팀내에서 가장 많이 찾아와 질문하고 끊임없이 연구한다. 정말 대견하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강한 승부욕과 성실함을 갖췄다. 그는 "남들보다 더, 더,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