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48) 넥센 감독은 왼손 신인 투수 김택형(20)을 이렇게 표현하곤 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고교시절 양현종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다." 귀한 왼손 투수로 위력적인 빠른 공을 던진다. 몇 가지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는다면 '제 2의 양현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됐다.
주저하지 않았다. 염 감독은 지난해 5월 구원투수였던 김택형에게 선발 마운드를 맡겼다. 당장 성적을 내기를 원했다기보다는 2016년 혹은 그 이후를 위해 경험을 쌓는 과정이었다. 성과가 전혀 없진 않았다. 6월16일 롯데전에서 5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생애 첫 선발승을 챙겼다. 8월12일 NC전을 끝으로 다시 불펜으로 복귀했지만, 1군 선발 마운드에 오르며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했다.
누구나 실패를 통해 배운다. 김택형 역시 지난해 선발 안착 실패 후 그 이유를 톺아보고 있었다. 그는 "선발 투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루틴인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등판 전 어떻게 컨디션을 조절하고, 나에 맞는 훈련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따라 준비하는 걸 루틴이라고 해요"라며 "그런데 저는 올해가 데뷔 첫 시즌이라 공 던지는 것에 급급했습니다. 어떤 것이 제게 맞는 방법인지 모르고 그저 되는대로 공을 던졌어요"라고 되짚었다. 모르는 건 무조건 선배들과 손혁 투수 코치에게 무조건 묻고 있다. 김택형은 "틈 날 때마다 형들과 코치님께 질문을 해요. 캐치볼과 웨이트 트레이닝 방법, 선발과 중간 투수의 몸 관리 등에 대해서 많이 물었어요. 저는 지금 집을 짓는다면 가장 밑바닥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조급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라고 의젓해게 말했다.
단조로운 투구 패턴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김택형은 시속 140㎞ 후반 대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다. 공에 위력은 있지만, 제구가 잘 되지 않는 날에는 장타를 허용하기 십상이다. 긴 이닝을 끌고나가는 선발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변화구가 필요하다. 김택형은 "15일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서 1~2개의 변화구를 배울 생각입니다.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는 어려운 면이 있어요. 손혁 코치님과 상담 후 체인지업과 커브 연마에 나설 예정입니다"라고 했다.
새롭게 시작되는 병신년(丙申年)에는 어떤 보직이건 성실하게 맞을 준비가 돼 있다. 그는 "모든 투수의 꿈은 선발입니다. 저 역시도 그렇고요. 당연한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부터 욕심을 내면 안됩니다. 주어진 것들을 착실하게 해나가다 보면 제게도 다시 한 번 선발 기회가 오리라고 믿습니다. 투수가 여러 명 빠져나간 2016년은 또 다른 기회의 장입니다. 꼭 제자리를 찾고 싶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