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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361. 아름다운 노년
요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의 흥행열풍이 무섭다. 노인부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백세를 앞둔 시골 노부부의 사랑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달달하고 아름다웠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어떻게 죽어갈 것인가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나도 70세를 바라보는 노인인지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노인 부부 이야기가 살갑게 다가왔다.
구명시식 중에는 부모님을 위한 구명시식이 가장 많다. 영가들은 대부분 노환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다. 보통 10~20년 동안 집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온갖 약이란 약은 다 드시면서 아프다가 돌아가시는 것이다.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는 아예 몸을 일으키지도 못했던 분들도 많다. 구명시식에 나타난 영가들은 돌아가신 뒤에도 ‘심장약을 달라’ ‘혈압을 재 달라’ ‘혈당이 높은 것 같다’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노인 영가들은 살았을 때 사용했던 휴대전화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휴대전화는 유일한 제 친구였습니다.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얘기도 하고 가끔 고스톱 게임도 하면서 소일거리를 했거든요.” 사람보다 정서적으로 가까웠던 휴대전화야말로 노인들에게 최고의 친구였던 셈이다.
노인 영가들은 “이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용기를 내서 여행을 다녔을 겁니다. 죽기 전에는 집과 병원만 오가면서 아무 일도 못했거든요”라고 말했다. 아플까봐 여행도 못가고, 약이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했던 일상이 지긋지긋했다고 고백했다.
인간은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 자신의 삶은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웃으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까지다. 이미 가족에 의해 생명연장이 결정되고, 침대와 휠체어가 아니면 이동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쇠약해졌다면, 살아온 생을 반추하고 가진 것을 나눠주며 다음 생을 위해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야 한다.
옛날에 비해 노인복지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져있다. 아직도 쪽방촌 냉골에서 연탄 한 장 피우지 못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다. 이런 문제는 복지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 도움을 주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 노인문제는 탁상행정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탁상행정이야말로 노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노년이 아름다우려면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국가의 배려가 더 중요하다. 공무원의 인력부족 탓만 할 것이 아니라 한발 더 뛰면서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부디 노인문제만큼은 탁상행정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주길 바란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