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강하늘이 연극 '해롤드&모드'로 첫 연극 신고식을 치렀다. 강하늘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듯 이날 500석 규모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관객들로 꽉 찼다. 공연 관계자에 따르면 첫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티켓을 오픈한 2월1일 회차까지 남은 좌석도 별로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극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이 흥미진진했다. 첫 장면부터 임팩트가 강했다. 19세 해롤드 역의 강하늘이 밧줄에 목을 매고 있는 모습이었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놀라는 숨 소리가 들리는 것도 잠시, 극 중 해롤드 엄마의 한 마디에 상황은 180도로 바뀐다. "그만하고 내려와." 엄마의 담담한 표정과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같은 해롤드의 황당무계한 행동은 그저 일상일 뿐이다. 엄마에 대한 반항이자 자신만의 감정 표현인 셈. '반올림해서' 18번의 자살 기도와 방화 등 그 밖에 사고들 역시 세상과 소통할 줄 모르는 해롤드만의 표현 방식이다.
하지만 해롤드는 80세 생일을 앞둔 '소녀 같은' 할머니 모드(박정자)를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소통하는 법과 후각·촉각 등 오감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을 알게된다.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삶은 빈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는 것"이라며 죽음 앞에서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드를 보면서 해롤드는 그렇게 진짜 어른으로 성장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더불어 배우들의 열연은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강하늘의 연기가 인상적. 첫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공연을 한 지 중반 이상 된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긴장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간 뮤지컬을 하면서 쌓은 '내공'이 빛을 발했다.
이날 강하늘에게 tvN '미생' 장백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백기와 '미생'을 그리워하고 있는 팬들이 아쉬울 만큼 강하늘은 해롤드에 푹 젖어든 모습이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행복해하고, 모드와 함께하면서 점점 활짝 웃는 해롤드의 모습을 그렸다. 모드와 이별하면서 강하늘이 오열하는 장면에선 관객들도 극에 몰입해 눈물을 흘렸다.
강하늘은 48세 차이나는 박정자와의 연기 호흡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2003년 '19 그리도 80'이라는 제목으로 첫 공연을 시작해 이번에 5번째 모드 역을 맡은 박정자와 호흡을 맞추면서 강하늘은 '완급조절' 가능한 연기를 보여줬다.
첫 공연이 끝난 후 강하늘은 "오늘 연극을 하고 이 연극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할테니 앞으로도 지켜봐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