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은 페이스북에 '빽 없고 힘 없는'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승부 조작' 등의 단어를 써가며 성남이 올 시즌 오심으로 피해를 본 사례를 언급했다. 부산과 홈경기를 콕 짚어 '부산 구단주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직관하는 가운데 부당하게 페널티킥이 선언돼 졌다'고도 했다. 논란이 되자 "과거에 승부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고 앞으로 공정한 판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전문을 읽어보면 이 시장의 항변은 궁색하다. 프로축구연맹 조남돈 상벌위원장도 지난 5일 이 시장에 경고 징계를 내리며 "이 시장 발언은 일반인으로 하여금 성남이 힘이 없어 부당한 판정을 받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하고 단순한 비판 이상의 비방에 해당한다"고 못을 박았다. 경남FC 구단주 홍준표 도지사도 가세했다. 지난 2일 트위터에 '홈팀 이점은 응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판정에 있음을 온 국민이 다 안다'는 글을 올렸다.
두 구단주는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해석은 알아서 하라'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아니면 말고식 폭로전'을 일삼는 일부 정치인의 행태다. 물론 한국 심판들 부족한 점 많다. 반성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심판에 존중이 눈꼽만큼도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심판들을 위한 뜻깊은 행사를 마련했다. 10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4 심판 어워즈'가 열렸다. 협회가 심판 부문 시상식을 따로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공정한 심판을 위해 애쓰는 심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우수 심판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시상식이 자화자찬식 행사로만 흘렀던 것은 아니다. 협회 정몽규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국 스포츠계의 판정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 같다"며 "우리 축구 심판계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틀 안에 갇혀 보호막을 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축구에는 언제나 오심이 나올 수 있지만 어떤 의도가 내포된 판정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실수는 스스로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주문했다.
올 초 부임한 정해성 심판위원장도 심판 개혁과 함께 처우 개선,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힘썼다. 올해 FA컵 결승이 대표적이다. 이날 결승전은 협회가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육성 중인 6명의 정예 심판이 투입됐다. 경기 후 심판 6명도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달에는 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도 결승 시싱식 때 가장 먼저 심판들에게 메달을 수여한다.
냉철한 자기 반성과 성찰 그리고 상대에 대한 존중을 통한 발전. 이것이 바로 스포츠에 꼭 필요한 '리스펙트'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