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여전히 롯데 마운드는 전(前) 에이스 장원준의 공백이 커보이기만 하다.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5선발은 물론 4선발마저도 확실한 대안이 보이지 않고 있다. 육성에 비중을 두고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 있지만, 섣불리 모험을 하기엔 너무 비중이 큰 자리가 선발 투수다.
롯데는 9일 두산과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한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베테랑 불펜 투수 정재훈을 영입했다. 올 시즌 두산에서 필승조 역할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마무리 투수 이용찬(26)이 금지 약물 복용으로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을 때는 뒷문을 지키는 역할도 수행했다.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동료에게 신망도 두터워 전력 상승과 내부 결속을 향상을 노릴 수 있는 자원의 영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재훈은 불펜 자원이다. 전력 보강의 마지막 보루였던 보상선수 영입에서도 선발 투수를 얻지 못했다. 물론 두산이 투수 위주로 보호선수를 묶었기에 즉시 전력감을 영입하긴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다. 2~3년을 바라보고 선발 투수로 활용할 수 있는 유망주 영입도 고민 했지만 당장 마운드를 강화하는 대안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기존 선수의 성장을 이끌어 활용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외국인 투수 2명과 송승준까지 3명은 확보된 상태에서 나머지 2자리를 채워야 한다. 후보자를 좁혀보면 올 시즌 선발 투수로 나서 가능성을 보여준 홍성민과 '파이어볼러' 최대성이 있다. 지난 6월부터 기회를 얻은 홍성민은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2승3패·평균자책점 4.78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비록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특유의 배짱으로 경험을 쌓았다. 최대성은 이종운 롯데 감독이 지목한 내년 시즌 마운드의 키플레이어다. 그동안 불펜 투수로 나섰지만 선발로 등판할 수 있는 내구성이 지녔다. 내년 시즌을 대비해 구속 저하를 감안하고서라도 '영점 잡기'에 주력해 제구력 향상을 도모할 계획을 갖고 있어 기대할만 하다. 여기에 2009년 다승왕(14승)을 올린 조정훈이 팔꿈치 수술 후 재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무리캠프 자체 청백전에 나서 복귀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완벽한 몸 상태가 되면 선발진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올 시즌도 마땅한 5선발이 없어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시즌 중반 이후 4위를 내준 롯데다. 구단 차원에서 체계적인 '팜시스템' 구축하려 하지만 당장 내년 시즌 그 효과가 드러날 수는 없다. 당장 새 얼굴의 투입은 '육성'이라기 보단 '모험'에 가까운 것이다. 또다시 '혹시나'하며 기용했다 '역시나'하는 결과를 얻는다면 올 시즌을 반복할 수 있다.
롯데의 리빌딩의 방향과 의지는 분명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당장 내년 시즌은 험난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