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적발됐다. 사건의 장본인은 까스활명수·판콜에이·후시딘 등으로 유명한 100년 전통의 제약회사 동화약품(회장 윤도준)이다. 동화약품은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전국 병·의원 의사들에게 현금에 명품은 기본이고 월세까지 내주는 등 50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전국 923개 병·의원 의사들에게 50억7000만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동화약품과 이 회사 영업본부장 이모(49)씨, 광고대행사 서모(50)씨와 김모(51)씨 등 3명을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또 동화약품으로부터 각각 300만∼3000만원씩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의사 155명을 기소하고 해외로 출국한 의사 3명을 기소중지했다.
이번 사건은 의약품 리베이트 처벌 법규가 처음 시행된 2008년 12월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검찰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2010년부터 2011년 중순까지 자사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광고대행 에이전시 3개사와 계약을 맺고 의사들에게 설문조사·번역 등을 요청하고 수당을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해 1회당 5만~1100만원 상당의 뒷돈을 건넸다.
판촉 대상 제품은 주로 일반의약품과 달리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고 대중매체에 광고가 안되는 전문의약품(ETC)이었다.
동화약품은 의사들에게 현금 이외의 경제적인 이익을 제공한 것도 드러났다. 이모(54) 의사에게 2012년 2월~10월까지 9개월 간 의약품 처방 대가로 원룸을 임대해주고 매달 월세 약 40만원을 내줬다. 2011년말경에는 월 100만원 이상의 자사 의약품을 처방한 의사 29명에게 81만원 상당의 해외 유명 브랜드 지갑을 제공해 2350만원 상당을 리베이트로 썼다.
불법 리베이트 자금은 영업사원 개인이 사적으로 사용한 카드와 현금 영수증을 회의·식대 명목으로 허위 정산하는 방법으로 마련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동화약품을 고발함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동화약품은 공정위로부터 8억9800만원 상당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받는 등 조사 진행 중에도 반복적으로 리베이트를 건네온 것으로 밝혀졌다.
동화약품은 에이전시 대표가 광고업자에 해당돼 약사법 상 범행 주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에이전시를 주체로 리베이트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에이전시 대표 서씨는 검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하나의 에이전시를 운영하다 정리하고 다른 이름의 에이전시를 다시 차려 범행을 계속 저지르기도 했다.
검찰은 "전문의약품에 대한 동화약품의 연평균 매출액이 800억∼9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가운데 5%가 리베이트로 사용됐으며 이로 인한 부담은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검찰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불법 행위가 드러난 동화약품과 병·의원에 대해 면허정지 및 판매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