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넥센은 정규시즌 MVP 후보 4명(서건창, 박병호, 강정호, 밴헤켄)의 활약을 기대했다. 그러나 4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신기원에 도전하는 삼성의 베테랑 빅4가 더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자군단의 진갑용(40), 이승엽(38), 임창용(38), 박한이(35)의 풍부한 경험과 관록이 삼성을 시리즈 2승1패로 이끌고 있다. 이들은 각종 의미있는 기록까지 세우고 있다.
진갑용은 역대 한국시리즈 최고령 출장 기록을 진행 중이다. 3차전에서 시리즈 처음 선발 출장한 그는 40세 5개월 30일로 종전 SK 최동수 40세 1개월 20일을 넘어섰다. 3차전 장원삼과 배터리를 이룬 진갑용은 완벽한 투수 리드를 선보였다. 장원삼의 안정된 제구력에서 나온 직구와 슬라이더는 진갑용의 공격적인 리드로 더욱 빛났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3차전 승리 후 "진갑용을 4차전에서도 포수로 선발 출장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진갑용은 2차전 대타로 나와 2루타를 때렸고, 3차전에서도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0-1로 뒤진 6회 2사 2·3루에선 날카로운 타구가 좌측 파울 선상을 살짝 벗어나 아쉬운 탄성을 터뜨렸다.
임창용은 3차전에서 3-1로 앞선 9회 등판, 1이닝 퍼펙트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넥센의 3~5번 클린업 트리오를 모조리 범타로 처리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세이브. 이날 임창용은 38세 5개월 3일로 종전 2007년 한화 구대성(당시 38세 2개월 10일)이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세운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경신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시작하며 "마무리는 임창용으로 변함없다"고 못 박았다. 정규시즌에서 구원 실패가 9개나 있었으나 안지만과 집단 마무리는 없다고 임창용을 재신임했다. 2차전 7-1의 여유있는 상황에서 9회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임창용은 3차전에서도 9회 홈런타자 박병호-강정호를 힘으로 제압했다.
이승엽도 빼놓을 수 없다. 2차전 승리 흐름을 가져오는 3회 투런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14개)를 세웠다. 3차전에서도 범타로 침묵하다 8회 2사 1루에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숱한 드라마를 만들었던 8회, 비록 홈런은 아니었지만 팀을 패배에서 구하는 적시타였다. 류중일 감독의 "이승엽이 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에 보답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의 사나이' 박한이도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였던 박한이는 3차전 9회 결승 투런 홈런으로 영웅이 됐다. 2차전까지 6타수 1안타, 3차전 9회 이전까지 4타수 무안타였던 박한이는 결정적인 순간 짜릿한 홈런포를 터뜨렸다. 박한이는 한국시리즈에서 통산 최다 득점(34개), 안타(50개), 타점(27개), 루타(72개), 사사구(35개) 기록을 늘려가고 있다. 그가 치는 안타, 득점, 볼넷 등 모든 것이 한국시리즈 신기록이다.
반면 넥센의 서건창은 3차전 4타수 무안타 등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083으로 침묵 중이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나란히 홈런 1개씩 기록했으나 2~3차전에선 중심타선 노릇을 못했다. 1차전 6이닝 2실점 호투한 밴헤켄은 사흘 쉬고 4차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