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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韓 복싱, 헝그리에 즐거움 더해 부활하다
아시안게임에서 복싱은 한국의 효자 종목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 전까지 한국은 통산 56개의 금메달을 복싱에서 땄다. 배고픔을 이기고 정상에 오르는 '헝그리 정신'으로 쓴 신화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복싱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위험한 운동이란 인식이 강했다. 결국 2000년대 들어 복싱은 침체기를 맞이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를 딴 이후 도하와 광저우에서는 노골드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한국 복싱은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헝그리에 즐거움을 더해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한국 복싱은 이번 대회에서 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라이트 플레이급(-49kg)의 신종훈(25·인천시청)과 밴텀급(-56kg)의 함상명(19·용인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라이트웨더급(-64kg)의 임현철(19·대전시청)과 라이트헤비급(-81kg)급의 김형규(22·한체대), 여자부의 박진아(25·보령시청)는 값진 은메달을 가져왔다. 헤비급(-91kg)의 박남형(22·상지대)는 동메달을 받았다.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최고의 성적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선수들의 나이다. '아빠 복서' 한순철(30·서울시청)을 제외하면 서른을 넘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새로운 세대는 전통으로 내려오는 헝그리 정신을 버리지 않았다. 그대로 유지했다. 신종훈과 김형규는 "배가 고파 복싱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신종훈의 목표는 권투로 돈을 벌어 어머니와 함께 살 집을 사는 것이었다. 이런 목표가 있기 때문에 2전 3기의 노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헝그리만으로 정상에 오른 것은 아니다. 복싱을 즐길 줄 안다. 전체적인 사회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함상명은 복싱에 관심이 많아 처음 글러브를 꼈고, 여자 미들급의 최수연(27)은 다이어트를 위해 복싱을 시작했다가 대표팀까지 올라왔다. 최희국 대한복싱협회 사무국장은 "복싱을 생활체육으로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 대표팀도 그런 영향을 받고 있다"며 "훈련 강도는 높지만 복싱을 정말로 좋아해서 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