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셋이 뭉치자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유도 금메달리스트 정경미(29·78kg 이상급)와 정다운(25·63kg급), 김성연(23·70kg급)을 24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경기장 밖에서 만난 이들은 리본 머리띠, 체크무늬 셔츠, 스키니진 등 각자의 스타일대로 한 껏 멋을 내고 나왔다. 영락 없는 여대생이었다. 인터뷰 중에도 쉴 새 없이 서로 장난치고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면 어제까지 치열한 경기를 치렀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얼굴 곳곳엔 치열한 잡기싸움 중 상대에게 긁히고 뜯긴 상처와 멍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온 몸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어요."
셋은 동시에 한숨 지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고된 훈련에 대회 중 얻은 크고 작은 부상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정다운은 여자 단체전 8강에서 목부상을 당하면서 결승에 나서지 못했다. 경기를 하지 않을 땐 동료선수들을 응원하느라 목이 쉬는 바람에 정경미와 김성연은 쇳소리를 냈다. 정다운만 멀쩡했다. 그는 "긴장하면 말이 안 나온다. 그냥 두 손 모으고 뒤에서 기도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정경미는 허리 부상 중에도 대회에 출전했다.
이들은 안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유도의 부활을 이끌었다. 그만큼 반응도 뜨거웠다. 정다운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자메시지가 와서 아직 다 보지 못했어요. 모르는 사람한테도 축하 문자가 올 정도예요. 천천히 다 읽어보고 답해야죠"라고 했다. 김성연도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합해 수백 통이 왔다"며 놀라워 했다.
금메달의 원동력으로는 하나같이 지옥훈련과 코칭스태프를 꼽았다. 김성연은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준비 상태와 상관없이 차라리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장 내일이라도 아시안게임을 마쳤으면 했죠"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힘이 됐던 존재는 감독과 코치였다. "포기하고 싶을 땐 서정복 감독님과 김미정·이원희·황희태 코치님이 잡아주셨어요. 가족과 친구들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요. 저희가 고된 훈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지 이유죠." 세 선수는 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단체전에서 아깝게 놓친 금메달이다. 일본에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정다운은 "지금 이 멤버로 다시 뛸 수 있는 마지막 단체전 결승인데 뛰지 못해서 아쉬웠다. 결승에 나서는 언니 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자고 응원하는데 미안했다"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정경미와 김성연은 "괜찮아"라며 다독였다.
정상에 서기까지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았다. 김성연은 "교복을 입고 싶었는데 운동하느라 한 번도 입어보질 못했어요"라며 아쉬워 했다. 정경미도 거들었다. 그는 "교문에서 선도부에게 지적 당해보는 게 꿈이었어요. 합숙 때문에 교문을 통과할 일이 없었거든요"라고 웃었다. 그래도 유도를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영광을 누렸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목표를 묻자 셋은 "오늘부터 휴가인데 조금 쉬고 생각하려고요. 올림픽이 가장 큰 목표지만 하나씩 밟아가렵니다"라며 깔깔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