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대한 답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아마추어들이 있다. 내달 14~19일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기획한 '생활예술 오케스트라 축제'에 참가하는 51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그들이다.
프로 연주자같은 세련미는 없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은 아마추어들이 2200명이나 모여 저마다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51개 팀은 올 7월 10분씩 경선을 거쳐 실력을 평가받았다. 아마추어 연주자에게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선다는 건 '평생의 드림' 수준이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직장인이며, 음악하는 사연도 제각각이다. 51개팀 중 라임 오케스트라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바이올린만으로 이루어진 24인조 오케스트라다. 멤버들이 전부 도시 총각·처녀여서 젊고, 치과간호사·은행원·선생님·번역사·개인사업가 등등으로 직업도 다양하다. 빡빡한 직장생활에서 짬을 내 바이올린 연습하고, 주말엔 고무마·돼지감자를 캐며 친목을 다진다. "바이올린과 고구마는 찰떡궁합"이라고 외치는 이들은 훗날 전원에서 텃밭을 가꾸며 바이올린 마을음악회를 여는 꿈을 꾼다.
라임 오케스트라의 손춘례 단장은 "바이올린은 음역이 넓어 첼로·비올라 음역까지 커버한다. 모두 바이올린이라 한 마음으로 뭉칠 수 있다"면서 "직장인 단원들을 보면 야근이 얼마나 과중한 지 알 수 있다. 이들에겐 연습이 일상의 탈출이며, 오케스트라가 휴식처"라고 말했다.
2012년 시작한 라임 오케스트라는 마자스의 '바이올린 듀엣곡'을 신포니에타로 편곡해 연주하고 있다. 자신들의 색깔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새라새 오케스트라는 '음악이란 치유와 동행'이란 철학으로 생활예술 오케스트라 축제에 참가한다. 송파 뮤즈 오케스트라는 '삶의 열정을 나눔의 온기로 전하는 주부 오케스트라'라고 자신을 정의한다. '대방동의 대책없는 아줌마들'로 구성된 아마빌레 오케스트라는 10분의 경선 후 6시간 동안 떠들썩하게 뒷풀이를 했다. 이들에게 '음악은 즐거운 뒷풀이' 아닐까.
51개 팀 가운데 44개 팀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세종체임버홀·M씨어터에서 공연하고, 나머지 7개 팀은 광화문 야외무대에서 시민들과 만난다. 마지막 날(19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현악 연합 오케스트라가 임헌정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을 들려준다. 광화문광장에선 600여명의 대규모 윈드오케스트라(관악기와 타악기로 이뤄진 오케스트라)가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 차이코프스키의 ‘1912년 서곡’ 등을 연주한다.
즐겁게 음악을 하지만 이들의 실력은 결코 우습지 않다. 생활예술 오케스트라 축제는 클래식 음악계를 뒤집는 반란의 장이 될 지도 모른다. 박승현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사업본부장은 "세종문화회관은 이들이 세계대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