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진해수가 7월 9일 진행된 KIA전에서 승리한 후 정상호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SK 진해수(28)는 올 시즌 혹사의 아이콘이다. 팀의 마무리 투수 박희수(31)의 부상으로 헐거워진 허리진에 전유수(28), 박정배(32)와 함께 힘을 보탰다. 왼손 불펜 요원이 부족한 팀 상황 때문에 원포인트 릴리프 임무만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전반기에만 리그 구원 투수 중 최다 출전(50경기)을 기록했고, 11일 현재까지도 팀에서 가장 많은 경기(66경기)에 나섰다. '또 진해수가 나왔냐'는 우려와 비아냥이 섞인 말도 자주 있었다.
전반기에 비해 구위가 떨어지고, 제구력이 흔들리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시즌 평균자책점(7,63)도 아쉽다. 스스로도 부진한 성적에 고개를 떨군다. 팀 내 가장 많은 15홀드(무승4패)를 올리고 있지만 애써 개인 기록을 찾아보지도 않을 만큼 자책감이 크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조금은 더 나아졌다는 자신에 대한 확신은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경기에 자주 나서면서 배우는 것도 많아지고 있다. 물론 성장의 양분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팀 동료이자 롤 모델인 박희수처럼 언젠가 자신도 1이닝을 확실하게 막아낼 수 있는 불펜 투수로 성장하고 싶다. 아직은 잰걸음이지만 나아가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윤석환 베이스볼긱 위원이 진해수를 만났다. 외모와 목소리는 다소 차분한 진해수이지만 자신의 투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표정부터 달랐다. 윤 위원은 진해수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윤석환 베이스볼긱 위원(이하 윤)="KIA에 있을 때부터 불펜 투수로서 원 포인트나 좌타자 상대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잖아. 때로는 좌타자를 상대로 나갔는데 우타자가 대타로 나오는 일도 있고. 그럴 때는 어때?" 진해수(이하 진)="큰 부담감은 없지만 아무래도 우타자보다는 좌타자에게 슬라이더가 더 효과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정적인 것 같아요. 물론 우타자라고 해서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직구 타이밍에 슬라이더가 걸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윤="좌타자가 타석에 있으면 각이 잘 잡히는 편이구나. 슬라이더 승부를 많이 하는 편인가?"진="보통 좌타자한테는 직구랑 슬라이더로 승부를 해왔죠. 가끔 커브를 던지고요."
윤="사실 슬라이더만으로는 위험할 수 있어."진="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다른 구종을 던지려고 하고 있어요. 타자에게 투 피치라는 인식을 주는 것은 위험하니까요."
윤="슬라이더 던질 때 베테랑 좌타자들에게는 커트를 당하는 경우가 많지?"진="맞을 때는 꼭 베테랑이 아니어도 맞는 것 같아요. 잘 들어갈 때는 때는 제가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는 것을 상대가 알고 있어도 통한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을 가져야죠."
윤="맞아. 그 자신감이 필요하지. 그럼 우타자를 상대로는 어떤 공을 승부구로 던져?"진="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투심 패스트볼을 주로 써요."
윤="보통 좌투수들이 우타자 몸쪽 공을 많이 던지려 하는데, 사실 바깥쪽 코스를 무기로 가지고 있어야 해. 바깥쪽을 잘 던지면 몸쪽은 더 쉽게 던질 수 있지. 좌타자 상대할 때는 그 공이 몸쪽이 되잖아. 우타자 몸쪽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진="저도 특정 코스에 비중을 많이 두고 연습 투구를 하는 편은 아니에요. 위원님 말씀대로 바깥쪽 코스 비중을 높여봐야 겠네요."
윤="경기에서 많은 타자는 상대를 안하지만, 자주 나가는 편이잖아. 복기를 하는 편이야?"진="물론이죠. 인터넷을 보면 경기가 올라오니까 제 공이나 폼에 대해서 분석을 철저히 하는 편이에요."
윤="지난해 SK로 이적했어. 새로운 팀에서 다른 각오가 생겼을 것 같아."진="1군에서 많이 뛰질 못했기 때문에 당시 목표는 1군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었어요. KIA에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죠."
윤="SK 역시 2000년대 들어 '왕조'라고 불리는 강팀이야. 우승에 대한 기대도 있었을 것 같아."진="제가 2013년 5월에 이적했는데 당시에는 팀이 6위에 올라 있었어요. 그 때 팀 동료들이 '지금을 처져 있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올라간다'고 자신하더라고요. 확실히 한국시리즈에 많이 진출해온 팀이어서 생각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저 역시 기대감을 갖게 됐죠."
윤="불펜 투수로 자리를 잡고 작년에 홀드 10개를 기록했어. 올해는 15개를 했고. 예전에는 1군에 남아 있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더 높은 목표가 생겼을 것 같아."진="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홀드 20개 정도를 목표로 정했어요. 시즌 초반에는 나쁘지 않았는데 중반 이후에 안타도 많이 맞고 성적이 계속 안 좋아지면서 애써 기록을 찾아보지는 않았죠.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15개를 했더라고요. 시즌 전 세웠던 목표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는 그저 마운드에 올라가면 잘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이죠."
윤="그래도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욕심을 가져야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어. 혹시 롤 모델은 따로 있어?"진="(박)희수 형이요. 항상 목표는 희수 형 같은 선수가 돼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에는 안되니까 한 걸음씩 다가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윤="정말 잘 됐네. 같은 팀에 롤모델이 있어서."진="(박)희수 형이 정말 많이 가르쳐줘요. 그리고 고등학교 1년 선배가 (정)우람이 형이에요. 공익근무 요원으로 군 복무 중이라 함께 훈련을 하진 못했지만 가끔 보게 되면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조언을 해주죠."
윤="친한 선배와 롤 모델이 함께 있으니 정말 든든하겠다. 두 투수 모두 제구력도 좋잖아. 배울 점이 많겠네. 본인의 제구력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해?"진="많이 부족하죠."
윤="더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은 있어?"진="항상 듣는 조언이 하체를 이용한 투구에요. 제가 그 부분이 부족하거든요. 연습도 많이 하는데 막상 공을 던지면 몸과 마음이 따로 놀더라고요. 상체에만 힘이 많이 들어가고요. 현재는 밸런스 유지를 위해 기초 운동에 충실하려 해요."
윤="사실 구속 증가는 훈련을 해도 한계가 있어. 그래도 1군에 남아있을 수 있던 건 제구력 향상이 큰 요인이 아닐까?"진="요즘은 조금 덜 한 편이지만 여전히 기복이 있는 것 같아요."
윤="경기 중에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떤 식으로 경기 운용을 해? 어떤 투수는 그냥 타자가 빨리 공을 건드려줬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하거든."진="타자가 어떻게 나오길 바라는 부분은 없고요. 난조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해서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해야겠다는 마음뿐이죠."
윤="경기 운용을 포수한테 맡기는 편이야? 아니면 스스로 리드하는 편이야?"진="제가 많은 타자를 상대하는 보직이 아니다 보니까 우선 포수한테 맡기는 편이에요. 타자의 성향이나 승부처 때 결정구 선택은 포수가 더 잘 안다고 믿는 거죠."
윤="똑같은 사인이 나와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때가 있고 안 던져도 될 때가 있잖아." 진="그렇죠. 저는 사인을 나왔을 때 어떤 의도로 냈고, 어떻게 던지라는 건지를 파악하고 그 코스로 공을 던지는 것만 생각하죠."
윤="이제 타자를 상대하는 노하우가 정립되어야 할 연차라고 생각해. 물론 사인은 포수가 내지만 자신의 생각과도 어느 정도 맞아야 하잖아." 진="(정)상호 형이랑 저랑은 잘 맞는 편이에요. 사실 아직 저만의 공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타자 성향에 대해서는 철저히 분석해요. 물론 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좋아하는 구종, 선구안 정도 등을 고려하죠."
윤="스스로 가장 자신있는 승부구는 어떤 구종이야?"진="직구가 좋을 때는 직구가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해요."
윤="경기를 하면서 자신의 컨디션을 판단하는 근거가 따로 있어?"진="불펜에서 몸을 풀 때 밸런스가 느껴져요. 제가 원하는 대로 공이 잘 들어가는 날에는 마운드 위에서도 괜찮은 편이고요."
윤="그런 날은 포수한테도 귀띔을 해줘?"진="그런 날은 직구가 괜찮다고 말해주죠. 사실 슬라이더는 기복이 덜한 편이거든요."
윤="제구력도 점차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은데?"진="작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윤="체격조건도 좋아서 점차 좋아질 것 같아. 입단할 때부터 주변에서 대기만성형이란 말은 안 들어봤어?"진="사실 조금 들어봤어요."
윤="지금 보면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성장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몸에는 무리가 없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있잖아."진="아뇨. 전혀요. 경기를 많이 나가는 자체가 중요하고 행복하죠."
윤="어떤 이미지를 주는 투수로 인식되고 싶어?"진="(김)광현이처럼 와일드하고 힘 있는 모습도 좋지만, (박)희수 형이나 (정)우람이 형처럼 차분하고 냉철한 느낌을 더 본받고 싶어요. 항상 차분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윤="현재 보직 말고 다른 보직을 원한 적은 없어?"진="아직은요. 지금보다 더 발전해서 완벽하게 1이닝을 막을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물론 언젠가는 선발 투수에 대한 꿈도 있어요. 처음 프로에 들어왔을 때는 선발 연습을 계속 했었거든요. 2년 차 때는 선발로 나서기도 했고요."
윤="선발 투수로 나섰을 때 성적은 어땠어?"진="첫 등판 경기에선 6이닝 1실점이었고, 두 번째는 4⅔이닝 4자책점이었고요. 많이 맞은 적도 많고요. 기복이 있었죠."
윤="선발로 나갔을 때 몸 관리는 잘 됐어?"진="사실 몸이 안 좋긴 했어요. 그런데 기회가 오니까 잘하고 싶었는데 말을 하진 않았죠. 그러다가 등판이 잦아지면서 결국 무리가 오더라고요. 사실 KIA에 있을 때 기회를 많이 얻었어요. 그런데 한 번 부진한 모습을 보인 뒤에 거기서 빠져나오질 못했어요. 자책도 많이 했고요."
윤="첫 번째 찬스가 왔는데 아쉽게 지나가 버렸네. 그럼 두 번째 찬스는 언제였다고 생각해?"진="두 번째 기회는 트레이드된 이후부터 현재까지라고 생각해요. 전환점이 됐죠. 제가 계투진에서 제 몫을 다하면 분명히 인정 받을 수 있거든요. 생각만큼 좋은 모습을 못 보이고 있지만 스스로를 다그치면서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 해요."
윤="앞으로라도 선발 투수에 대한 욕심은 있다고 봐도 되나?"진="물론이죠. 원래 캠프 때부터 공을 많이 던지면서 투구 밸런스를 맞추는 편이에요. 그것도 전력으로요. 그런데 선발로 나선지 오래 돼서 막상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윤="사실 지금 보직에도 충실해야겠지만, 언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니까 준비를 해야겠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을 때 대비가 돼 있는 편이 코칭스태프에 신뢰를 줄 수도 있고. 사실 보직에 따라 준비하는 부분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물론 체력, 기술적 부분에서 차이는 있겠지. 그런데 그뿐 아니라 상대 타자들에 대한 분석, 공부도 많이 해야할 거야. 캠프 때 전력으로 던진다고 했지? 그것도 80%로 던지면서 스스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하고."진="저도 공을 많이 던지는데 생각보다 얻어지는 부분이 적으면 방법에 대해 고민이 될 때가 있어요."
윤="그래서 코치가 있는 거니까 조언을 구해야지. 사실 배팅볼 투수처럼 전력 투구를 하지 않고 '툭툭' 던지다가 감을 찾을 때도 있어. 예전에 배팅볼 투수들이 '연습생 신화'로 활약하는 경우도 있었거든. 힘을 조절해서 던지는 법을 배우다보면 자신에 투구에 대해 더욱 느끼는 점이 많을 거야."진="이번 캠프에서는 전과 다른 방법으로 훈련을 해봐야겠네요."
윤="마지막으로 목표를 묻고 싶어. 꼭 올 시즌뿐 아니라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 대해서 말이야."진="너무 멀리 보고 있진 않아요. 이미 말씀드렸지만, 원포인트로 나가는 투수가 되기보다는 1이닝을 확실히 책임질 수 있도록 성장하고 싶어요. (정)우람이 형, (박)희수 형이랑 함께 1이닝씩을 책임져서 뒷문을 확실히 막는 필승조가 되고 싶죠. 내년에는 꼭 그렇게 되고 싶어요."
윤="내년에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진="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해야죠. 남은 시즌과 내년 시즌을 대비할 때 정말 열심히 하려고요."
정리=안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