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32)이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관객을 만난다. 내달 3일 개봉하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이재용 감독)에서 아픈 아들 앞에서 치킨을 뜯고 걸그룹을 보고 넋을 잃는 33세 철부지 아빠 대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극중 강동원에게서는 최근 개봉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보여줬던 냉정한 눈빛과 서늘한 미소는 찾아볼 수 없다. 16살 어린 아들보다 더 철없고 장난기 가득하지만, 하지만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대수의 모습은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평소 '신비주의 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그에게서 사람냄새가 가득 묻어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대수와 참 많이 닮아있었다. 인터뷰 도중 신나게 게임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하면, 사투리 강의까지 해보여 기자를 폭소케 했다. 그는 "푹 퍼져있는 듯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대수를 연기하는 게 참 편했다. 아마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면 대수처럼 철부지 아빠가 될 것 같다"고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은 어땠나.
"러닝타임이 아쉬웠다. 한 5분정도는 늘려도 될 것 같은데, 너무 깔끔하게 끝난 느낌이 든다. 기술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내 영화지만 나도 보고 눈물이 나더라. 극중 아들 아름이(조성목)가 백일섭 선생님이나 혜교랑 호흡을 맞추는 장면에서 눈물이 맺혔는데, 결국 내가 연기 하는 거 보고 가장 많이 울었다.(웃음)"
-어느 장면에서 가장 많이 울었나.
"아버지 역으로 나오신 김갑수 선배님과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많이 울었다. 그 장면은 촬영할 때도 정말 많이 울었다. 본 촬영이 들어가기전, 리허설때부터 너무 많이 울어서 촬영하는 것도 힘들었다."
-원작 소설은 읽어봤나.
"읽어보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 캐릭터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고, 오히려 틀에 갇혀 연기에 도움이 안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시나리오가 완벽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해가 안되는 장면이 있거나 문제가 있었다면 원작 소설을 읽고 참고를 했을텐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아역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았다. 성인 연기자와 호흡을 맞출 때와 차이점은.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조)성목이가 완전히 애늙은이다.(웃음) 말도 많지 않고 생각도 깊고 착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어린 친구다 보니 NG가 많이 났다. 또 밤샘촬영 할때는 많이 힘들어 하더라. 대사를 하다가 졸기도 하더라."
-친해지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점이 있나.
"억지로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많이 하려고 했다. (하)정우형이 나에게 준 게임기를 선물로 줬다. 직접 용산전자상가에 가서 게임팩도 사서 줬다. 그런데 게임을 안하더라. 왜 안하냐고 물어봤더니 '집에 있는 거'라더라.(웃음) 그래서 촬영장에서 그 게임은 내가 다 했다. 하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그 게임 세트 그대로 다시 샀다.(웃음)"
-극중 소녀시대 태티서를 좋아한다. 실제로 좋아하는 걸그룹이 있나.
"특별히 없다. 걸그룹을 안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 그룹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걸그룹 분들 다 좋아한다. 보면 흐뭇하지 않나.(웃음)"
-유독 걸그룹 멤버들이 이상형으로 많이 지목한다.
"나도 몇번 들었다. 감사하다. 아님 내가 만만한건가.(웃음) 아무래도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 배우나 가수를 말하면, 오해받을 수 있으니 나를 선택하는 것 같다. 나도 어릴때 이상형 질문을 받으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 이름을 말하고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