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4위 내준 롯데, 우천 취소 득일까 실일까
74일 만에 4위 자리를 내준 롯데에게 또다시 하늘은 야속하다. 20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한화전이 우천 취소된 가운데 롯데 입장에선 이날 경기가 진행되는 편이 여러 가지 이유에서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마운드 싸움에서 승산이 있었다. 이날 선발은 크리스 옥스프링(37)으로 예정됐다. 4경기째 승리를 챙기기 못했지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 18⅓이닝을 소화하며 7실점만을 내줬고, 퀄리티 스타트(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도 두 번을 기록했다. 비록 한화를 상대로 4경기에서 1패만을 거두고 있어 맞상대 전적에서 좋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 컨디션을 감안하면 승산이 있었다. 또 불펜에는 김성배(33)가 돌아와 힘을 보탰다. 컨디션 난조로 2군에 있던 김성배는 최근 라이브 피칭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복귀했다. 베테랑인 그가 팀이 힘든 상황에서 제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전날 경기에서 패하긴 했지만 타선의 화력도 나쁘지 않았다. 손아섭(26), 전준우(28) 등 상위 타선은 여전히 힘을 냈고 최준석(31)도 홈런을 터뜨렸다. 강민호(29)도 오매불망 기다리던 1군 복귀 첫 안타를 신고했다. 전날의 수비 실책도 교훈이 됐을 것이다. 마운드가 잘 막아준다면 어제의 패배의 설욕을 노려볼 만했던 것이다. 또 21일과 22일 휴식기를 앞두고 있어 총력전을 펼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다른 구장 경기 결과에 따라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다시 4위 탈환을 하기 위해선 이날 한화전을 무조건 이기고 다른 팀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전날(19일) 경기에서 롯데를 앞선 두산과 LG의 경기 결과에 따라 더욱 승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게 됐다. 현재 4위 두산과 1경기, 5위 LGDHK 반 경기 차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두 팀이 모두 이기면 1.5경기와 1경기가 된다. 물론 7, 8위인 SK와 KIA가 이겨도 쫓기게 된다. 이틀간 휴식기까지 앞두고 있어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우천 취소와 휴식기로 승차가 벌어지는 것은 일정상 당연한 결과지만, 현재 롯데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승차가 벌어지는 건 부담과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현재로서는 휴식기에 체력보충과 침체된 분위기 전환을 노려야 한다. 휴식기 이후에는 불펜 정대현(36) 도 돌아올 수 있다. 김시진(56) 롯데 감독은 "정대현이 라이브 피칭을 했는데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주 전력들이 컨디션을 되찾을 동안 경기를 하지 않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롯데는 21일 휴식을 갖고 22일엔 훈련을 한다. 우천 취소와 휴식기 동안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울산=안희수 기자 nahea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