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구리가공품 생산업체인 풍산그룹 류진(56) 회장의 외아들인 류성곤(21)씨가 최근 국적을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류씨가 병영을 기피하기 위해 국적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류 회장은 지난 5월9일 풍산홀딩스 주식 1.11%(8만6800주)를 부인 노혜경씨와 아들 성곤씨, 딸 성왜씨에게 증여했다. 노씨에겐 0.46%(3만6000주), 성곤·성왜씨에겐 각각 0.32%(2만5400주)가 돌아갔다.
류 회장이 가족들에게 증여한 주식 가치는 노씨 33억2088만원, 두 자녀 48억186만원 등 총 81억2274만원에 이른다. 이번 증여로 노씨와 두 자녀가 보유한 풍산홀딩스 주식은 각각 3.36%(26만2872주), 1.98%(15만5400주)로 늘어났다. 기존 35.98%(281만9296주)를 소유했던 류 회장의 지분은 34.87%(273만2496주)로 낮아졌다. 풍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풍산홀딩스는 류 회장 일가가 42.42%(332만3670주)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류 회장의 부인 노혜경씨와 아들 성곤씨가 국적을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올 초 풍산홀딩스의 사업보고서에는 노혜경, 류성곤이라는 이름으로 주주에 등록됐으나 5월9일의 주식변동신고서에는 두 사람의 국적이 미국으로 바뀌었으며, 이름도 영문으로 표기됐다. 풍산홀딩스측은 보고서에 “Helen Lho, Royce Ryu는 기존보고서의 노혜경, 류성곤과 동일인”이라고 설명했다.
류 회장의 아들이 국적을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곤씨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국적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성곤씨는 올해 21세로 군 입대 연령에 해당한다.
류진 회장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이후 한미경제협의회 부회장을 맡는 등 재계에서 '미국통'으로 유명하다. 부인 노혜경씨는 노신영 전 총리의 딸이다. 두 자녀 성곤·성왜씨도 현재 미국에서 공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류진 회장의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군대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윤리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풍산이 대표적인 방산업체 중의 하나임을 감안하면 더욱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풍산홀딩스측은 “두 사람의 국적이 최근에 바뀐 것은 사실”이라며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그 연유는 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풍산그룹은 동전 등을 생산하는 구리 가공업 및 포탄 및 총탄을 만드는 방위산업이 주업종으로, 그룹의 지주회사인 풍산홀딩스는 2565억원의 매출과 3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