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받고 성장한 '딸기'가 생기를 되찾았다. 이재학(24·NC)의 호투에 눈길이 더욱 가는 이유다.
이재학은 지난 30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시즌 5승째를 챙겼다. 내용이 좋았다. 6⅔이닝을 6피안타 3실점으로 막는 동안 볼넷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제구력(스트라이크 63개, 볼 32개)을 자랑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3㎞에 그쳤으나 슬라이더와 낙차 큰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렀다.
발목을 잡았던 '2년차 징크스'를 털어내는 피칭이었다. 이재학은 지난해 10승(5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올 시즌도 4월 한달 간 6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34를 올리며 토종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5월 들어 흔들렸다.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4⅔이닝 동안 9피안타 5실점한 데 이어 21일 마산 SK전에서도 1이닝 피안타 4개로 4실점하며 강판됐다. 1이닝은 그의 선발등판 경기 중 최소 이닝이었다.
30일 KIA전에 앞서 만난 김경문(56) NC 감독도 이재학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선수도 자신이 부진하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며 "휴식기 동안 러닝을 정말 열심히 하더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제 잘 던져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수장의 말마따나 이재학은 최근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안깐힘을 썼다. 체인지업이 예전보다 무뎌졌다고 하지만, 스스로 내린 진단은 심리에 있다고 봤기 때문.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하며 엉킨 실타래를 풀었다. 이재학은 이날 경기 뒤 "최일언 투수 코치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김태군 포수가 돌아와서 조금 더 마음이 편했다"며 "경기 전 너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않고 과감하게 던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재학이 부담감을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편이다.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언론에서 자꾸 부진에 대해 물으면 선수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는가. 잘 극복해 줄 것이다"며 이재학의 비상을 위해 애썼다. 모처럼만의 호투로 슬럼프를 털어낸 이재학의 든든한 지원군은 김경문 감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