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토종 에이스' 이재학(24)이 최근 부진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10승(5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오른 이재학은 올 시즌 초반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풀타임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를 털어버렸다. 4월 한 달 동안 6경기에 선발등판해 3승(1패) 평균자책점 2.34로 안정감을 보여줬고, 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42⅓)을 소화하며 팀의 여유 있는 불펜 운용에 기여했다.
그러나 거침없던 질주가 5월 들어 주춤하고 있다. 4경기에서 3패(1승), 평균자책점 7.13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2경기 성적은 불안감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4⅔이닝 동안 9피안타 5실점한 데 이어 마산 SK전에서는 1회에만 피안타 4개로 4실점하며 강판됐다. 1이닝은 그의 선발등판 경기 중 최소 이닝이다.
이재학의 부진에 대해 김경문(56) NC 감독은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제구력이 흔들리면서 어려운 승부를 했다"고 평가했다. 체인지업의 낙폭이 컨디션이 좋을 때보다 크지 않아 노리고 들어오는 타자들의 방망이에 맞아 나간 것이다. 이재학도 이 점을 인정했다. 그는 "'안 맞으면 운이 좋은 것이다'고 생각할 만큼 체인지업이 밋밋하고 늦게 갔다"며 "최근 휴식기 동안 체인지업을 다시 가다듬었다"고 전했다.
컨트롤 난조의 원인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심리적인 면에서 이유를 찾았다.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너무 앞섰다는 생각이다. 이재학은 "그동안은 점수를 안 주거나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경기에서도 안 좋은 점만 찾으려고 했다. 한창 좋은 페이스를 보였던 4월에도 그랬다. 잘하고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야 했는데 너무 완벽하려다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한 그이지만 아직은 많은 경험이 필요한 풀타임 2년차다. 주변의 관심과 기대로 생긴 책임감이 자신도 모르게 부담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재학은 이번 고비를 계기로 마음을 비우고 편안한 마음과 긍정적인 자세를 갖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재학은 "부진은 빨리 잊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하다. 이제는 성적과 주변의 기대보다는 그저 내 공을 던지는 데에만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투수조 최고참 손민한의 조언도 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재학은 "손민한 선배께서 선발투수는 매번 잘 던질 수 없기 때문에 안 좋은 생각에 너무 깊게 빠지지 말라고 하셨다"며 "부진도 선발투수가 한 시즌 치러가면서 겪을 수 있는 과정이라는 말씀을 잘 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선발진이 안정적인 NC를 단독 선두 삼성의 대항마로 꼽았다. 그 선발진의 핵심이 이재학이다. 그가 고비를 잘 넘기고 팀과 자신의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