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를 대한민국 대중문화와 함께해 온 백상예술대상은 긴 역사만큼 많은 이야깃거리도 남겼다. TV와 영화 부문을 총망라하는 국내 유일의 시상식으로서 매 회 국내 스타들의 '꿈의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스타들이 시상식 현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고 수상여부와 관계없이 멋진 드레스와 특별한 사연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독특한 공약, 혹은 위트 넘치는 수상소감으로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오는 27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막을 올리는 5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앞서 지난 백상 화제의 장면들을 리서치 전문 사이트 소비자 리서치패널 틸리언(www.tillionpanel.com)을 통해 돌아봤다. 총 1만 45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1위 하정우(1904명·19%) 시기 : 2011년 제47회 시상식
그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었다. 제4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국가대표'로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하정우가 이듬해 시상자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그 자리에서 "올해도 상을 받으면 국토종단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그 말은 방송을 통해 전달됐고 5000만 국민이 듣게 됐다. 그리고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정우는 47회 백상예술대상에 영화 '황해'로 또 한 번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약을 지켜야했던 하정우는 국토를 종단했다. 혼자하기 억울했는지 공효진과 함께 했고 그 모습을 영화 '577 프로젝트'에 담아냈다.
▶2위 유재석-강호동(1707명·17%) 시기 : 2013년 제49회 시상식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MC'들이자 연예계 최고의 라이벌인 두 사람이 나란히 무대 위에 섰다. 이날 강호동은 시상자로 등장, TV 부문 대상 수상자인 유재석에게 대상 트로피를 건내며 그를 번쩍 들어올렸다.
유재석은 "오랜만에 백상에서 상을 받는다. 예전에 TV 예능상을 받았는데 올해는 너무 큰 상을 받아서 다시 감사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카메라 뒤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들의 여건이 좀더 많이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뜻 깊은 소감을 전했다.
함께 참석한 강호동을 언급하며 "우리들이 함께 배꼽빠지게 웃겨드리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3위 이정재(1467명·14.6%) 시기 : 1995년 제31회 시상식
19년 전도 이정재는 멋졌다. 그래서 상 두 개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었다. SBS 드라마 '모래시계'로 '재희 신드롬'을 일으킨 이정재는 TV부문 신인상 후보에 올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몇 분 뒤 '젊은 남자'로 영화부문 남자신인연기상까지 거머쥐며 두 부문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31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사상 TV·영화 부문 동반 수상을 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됐다.
▶4위 유재석-이영애(1443명·14.4%) 시기 : 2006년 제42회 시상식
유재석의 예능 감각은 시상식 무대 위에서도 빛났다. TV부문 남자 예능상 트로피를 거머쥔 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특히 40분 동안 옆에 있으면서 한마디도 못한 이영애씨, 이 자리를 빌어 뵙게 돼 영광이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유재석은 이후 '무한도전'에서 "시상식을 마치고 이영애 씨가 저에게 ''무한도전' 잘 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결국 한 살 터울의 두 사람은 당시 상황을 소재로 한 금융회사의 CF까지 동반으로 찍으며 인연을 이어갔다.
▶5위 현빈(1096명·10.9%) 시기 : 2011년 제47회 시상식
누가봐도 그 해 대상은 김주원, 현빈 몫이었다. 하지만 현빈은 해병대 입대했고 백상예술대상에 참석할 수 없었다. 현빈을 위해 제작진은 발빠르게 움직였고 백령도로 달려가 바짝 긴장한 '이병 김태평'을 마주했다.
그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으로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해병대에 입대해 현장을 찾지 못한 서운함을 영상으로 대체했다. 직접 참석하지 못한 안타까움은 지난해 4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시상으로 대신했다. 전역 후 첫 공식 석상을 백상예술대상 시상으로 서며 의리를 지켰다.
▶6위 소지섭(951명·9.5%) 시기 : 2010년 제46회 시상식
박보영과 함께 영화부문 신인상 시상자로 참석한 그는 황토색 군복을 입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소지섭은 연천에서 6.25 전쟁 60주년 드라마 '로드넘버원'을 촬영하던 중 갑작스레 달려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군복을 착용하고 온 상황. 그럼에도 '군복을 입고도 저렇게 스타일 좋은 남자는 소지섭밖에 없을 것'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오히려 현장에 있던 관객들이 감탄사를 쏟아내며 환호를 보내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7위 유동근-전인화(685명·6.8%) 시기 : 2002년 제38회 시상식
부부가 나란히 최우수상을 수상할 줄 누가 알았을까. KBS 드라마 '명성황후'로 TV 남자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오른 유동근은 이견없이 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몇 분 뒤 부인 전인화는 SBS '여인천하'로 여자 최우수연기상을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강수연·도지원 등 쟁쟁한 후보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극을 이끌어 온 전인화에게 표는 던져졌다. 이로써 백상예술대상 38년 역사상 최초의 부부 동반 수상. 두 사람은 서로에게 축하를 보내며 그 어떤 수상자보다 감격했다.
▶8위 이민호(400명·4%) 시기 : 2009년 제45회 시상식
첫 레드카펫 행사라 블랙 수트에 블랙 보타이까지 착용하고 등장했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턱이 진 계단을 발견하지 못했다. 레드카펫 진입 도중 발이 걸려 넘어지려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안 그래도 긴 팔과 다리를 코믹하게 허우적대는 모습이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곧바로 팬들로부터 '꽈당 민호'라는 별명을 얻었고, 오히려 '멋진 외모에 인간적인 면모까지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이미지 상승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9위 강호동(258명·2.6%) 시기 : 2008년 제44회 시상식
지난해 '유느님' 유재석이 TV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예능인으로선 두 번째. 첫 번째는 강호동이었다. '1박 2일'로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여행 신드롬을 일으킨 강호동이 2008년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백상예술대상 개최 44년 만에 처음으로 예능인이 대상을 탄 순간이었다. 두고두고 기억될만큼 강호동의 수상은 기억됐다. 본인도 당시 수상이 얼떨떨했는지 파이팅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상을 받고 바르르 떠는 모습이었다. 조만간 강호동의 재수상을 기약해본다,
▶10위 윤계상(134명·1.3%) 시기 : 2005년 제41회 시상식
소지섭과는 달리 '진짜' 군복을 입고 등장했다. 당시 영화 '발레교습소'로 영화부문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윤계상은 입대한지 얼마 되지않아 현역군인으로 복무중이었다. 그것도 최전방 부대에서 초소 근무 중이었지만, 특별히 부대장의 허가를 얻어 현장에 등장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등병의 신분이었던 그는 "남은 1년6개월의 군생활 동안 많은 것을 배운 뒤 돌아오겠다"며 "이번 시상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휴가를 주신 군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며 거수 경례까지 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