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등산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흔히 ‘등산 스틱’으로 불리는 알파인 스틱(Alpine Stick)이 산행 필수품처럼 인식되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국민등산학교’의 문석준(40·서울시산악연맹) 강사는 “등산학교에 오는 수강생 중 3분의 2가 스틱을 가져온다”며 “사람들이 등산이든 트레킹을 하든 무조건 스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틱은 과연 등산의 필수품일까? 전문가들은 스틱이 등반에 꼭 있어야 할 필수품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 제대로 된 사용법을 알지 못하면 체력 비축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문석준 강사는 “스틱은 오르막 내리막에서 보행을 돕고 배낭의 무게로 인한 하중을 덜어준느 용도로 쓰는 것이지 꼭 있어야만 하는 필수품은 아니다. 체력이 되는 사람들은 굳이 스틱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스틱이 산의 환경을 훼손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생활등산문화교육원 고태우(51) 원장은 “스틱을 쓰면 흙을 파헤쳐 산을 훼손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부터 ‘친환경등산실천운동의 일환으로 ‘스틱 사용하지 않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고 원장은 “모든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고가의 스틱을 홍보하고, 유명 산악인들이 스틱을 쓰는 것이 TV에 방영되면서 스틱이 대중화됐다”며 “내리막에서 스틱을 쓰면 무릎이나 발목 부상을 보호한다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스틱보다는 산행을 위한 근력을 키우는 게 산이나 자신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히말라야와 같은 고소(高所) 등반에 스틱은 필수품이다. 특히 설산(雪山)등반에서 그렇다.
또 스틱은 무릎이나 발목을 다친 적이 있거나 양 다리의 길이가 차이가 나는 사람의 경우에 도움이 된다. 지난 1998년 네팔 안나푸르나(8091m) 등반 중 추락으로 오른쪽 발목을 다친 엄홍길(54·밀레) 대장은 국내 산행 중에도 늘 스틱 2자루를 갖고 다닌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스틱 사용법은 무엇일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산에 갈 때 스틱을 사용하지만 손에 쥐는 방법조차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끈 길이를 알맞게 조절한 다음, 손잡이의 고리 밑에서부터 손을 위로 올려 넣어 손바닥으로 손잡이를 감싸듯이 잡아야 한다. 오르막에서는 양손을 나란히 짚어 스틱에 살짝 의지해 걷는 게 좋다. 그러나 평지에서는 서로 교차해서 짚어야 자연스런 보행이 된다.” 문석준 강사의 말이다.
따라서 산에 갈때마다 무조건 스틱을 챙겨가기 보다는, 산행 대상이나 산행 스타일에 따라 스틱 사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등반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