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각국 대중문화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할리우드 주요 제작사들이 앞다퉈 한국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팝의 거장들이 한국 관객을 위해 내한 공연을 펼친다. 중화권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김수현과 박해진 등 드라마에 출연한 스타들도 현지에서 국빈급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이 중화권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K-POP의 인기가 예전같이 못하다며 '한류의 끝'을 말하던 부정적인 여론도 사그라진 상태다. 현재의 분위기는 몇 개의 컨텐트와 몇 명의 스타들이 해외에 진출해 성과를 올리던 수준이 아니다. 콘텐트의 해외수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시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태다.
▶영화 : 할리우드도 '한국사랑' 눈길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 등으로 한국이 아시아영화의 중심지가 된건 이미 오래전의 일. 이제는 세계 상업영화의 중심지 할리우드까지 '잘 보이려' 노력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미 2~3년 전부터 아시아 프로모션의 주요 거점으로 한국을 택하는게 할리우드 내에서도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됐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브래드 피트 등 톱스타와 거대 제작사의 대표 등 주요인사들이 줄줄이 자신의 신작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지난해 '아이언맨3'(13)가 국내 극장가에서만 900만명을, 올해초 '겨울왕국'이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넘기는 등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할리우드 내에서 또 한차례 '한국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된 상태다. '어벤져스2' 팀이 서울 로케이션을 결정한 것 역시 한국팬들을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할리우드의 '한국사랑'은 최근 진행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아시아 프로모션 과정에서 직접 확인할수 있었다. 행사는 일본 도쿄에서 열렸지만 한국 취재진을 대거 이 자리에 초청해 '아이러브 코리아'를 외쳤다. 마크 웹 감독은 한국 멀티플렉스의 우수성을 말하며 "엔딩 크레딧에 한국노래를 쓰려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여배우 엠마스톤은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K-POP과 아리랑도 좋아한다"고 한국말까지 써가며 국내팬들을 사로잡으려 애썼다.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개봉되는 할리우드 영화의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유 및 배경 : 앞서 김기덕·박찬욱·임권택·이창동 등 실력파 감독들이 해외영화제에서 성과를 올리며 '한국영화'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 이후 해외에 한국영화의 마니아층이 형성되자 국내 영화사들이 '설국열차' 등 해외 프로젝트까지 내놓으며 세계공략에 힘쓰기 시작했다. 김지운 등 충무로 실력파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이 이 시기와 맞물리면서 시너지효과를 냈다. 최근 수년간 멀티플렉스 확장 및 우수한 한국영화가 연이어 개봉되면서 관객수도 급증했다. 영화 전반에 대한 수요층이 늘면서 해외 영화인들로 하여금 '한국영화'가 아닌 '한국시장'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내한한 케빈 파이기 마블사 대표도 "인구 5000만명 중 1000만명 이상이 한 편의 영화를 봐준다는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만큼 한국에 영화 애호가가 많다는 것"이라며 한국시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음악 : 해외 팝스타, 아시아투어 필수코스로 한국 지목
한국은 해외 팝스타들의 아시아 투어에 필수 코스가 됐다. 최근 몇 년간 마룬5·에미넴·메탈리카·레이디가가 등 '거물급' 팝스타들의 한국행이 이어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거물급' 팝스타들의 공연은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 하지만 팝스타들이 아시아 투어 일정을 고려할 때 한국은 이제 일본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됐다.
올해만 해도 폴 매카트니·퀸·존 메이어·브루노마스 등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비틀즈출신 폴 매카트니는 데뷔 51년 만에 처음 한국을 찾는다. 5월 28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남미와 유럽·북미·일본의 23개 도시에서 진행하는 '아웃 데어' 투어의 일환이다. 비틀즈의 명곡과 윙스 시절의 히트곡 및 최근 발표한 앨범 '뉴'의 수록곡을 들려줄 계획이다. 전설적인 록 밴드 퀸도 4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8월 14·1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음악 페스티벌 '슈퍼소닉 2014'의 메인무대를 장식한다. '보헤미안 랩소디' '위 윌 록 유' '썸바디 투 러브' 등 주옥 같은 곡들로 팬들을 열광케 할 예정이다. '젊은 피'들도 출격한다. 브루노마스는 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존 메이어는 5월 6일 오후 7시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국내팬들과 만난다.
이유 및 배경 : 한국 시장의 매력은 여러가지 면에서 살필 수 있다. 먼저 현대카드·CJ 등 대기업들이 섭외에 공을 들이면서 공연 게런티가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높다. 팝가수 섭외와 공연 진행 등을 총괄하는 전문 공연 기획사들이 최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점도 섭외가 수월해진 이유. 노래에 대한 관객의 호응, 분위기 역시 환상적이다. 물론 K-POP으로 대표되는 한국 음악이 전세계를 강타한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싸이·슈퍼주니어·소녀시대 등 대표적인 K-POP 스타들이 한국을 '신흥 문화강국'으로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아직 세계 음악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목도가 월등히 높아진건 사실이다. 분위기는 자연스레 '콘텐트'에서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넘어가고 있다. 전 세계 음악 산업의 지표가 되는 빌보드가 2011년,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K-POP 차트를 신설한 점도 높아진 위상을 증명한다. 음악 페스티벌 '슈퍼소닉 2014' 관계자는 "이젠 아티스트의 세계진출 뿐 아니라 세계 음악 관계자들까지 한국 음악시장에 관심을 보인다. CJ·현대카드 등 대형 기업들이 공연 사업에 뛰어들면서 자본력까지 갖추게 됐다"며 "공연환경이 좋아지고 관객들의 매너까지 좋아져 공연을 한 해외 아티스트들의 만족도까지 높아지고 있다. 뮤지션들 사이에서 한국은 '한 번 찾으면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 : 한국시장 호응 중화권에 실시간 전달
최근 한국시장의 호응도가 중화권에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 편의 드라마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 중화권에서도 동시기에 똑같은 반응이 나오는 식이다. 현지 팬들이 인터넷과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등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 드라마를 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상속자들'과 '별에서 온 그대'가 연이어 메가히트를 기록하며 이민호·김수현·김우빈 등 출연 배우들이 중화권내 '국민스타' 자리에 오른 상태다. 최근에는 FT아일랜드 이홍기가 출연한 '백년의 신부'가 중국에서 '웨이보' 검색어 1위와 현지 포털사이트 '한드' 순위 1위를 휩쓸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판권 수출도 활발하다. 후난위성 TV가 동명의 MBC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해 제작한 중국판 '아빠 어디가'는 시청률 1%만 넘어도 대박이라는 중국에서 5%를 넘기며 신드롬급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외에도 '1박2일' '슈퍼스타K' 등이 이미 중국판으로 제작됐고, '꽃보다 할배'도 곧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엄격한 중국 내 규제를 넘어 이룬 성과라 의미를 더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문화 보호를 이유로 주 시청시간대인 오후 7시~10시에 해외 드라마나 예능 방영을 금지하고, 해외 프로그램 포맷 수입을 방송사별 1년에 1개로 제한하는 등의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시장내 반응을 중화권 내에서 동시에 느낄수 있게 만든건 과거에는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다.
이유 및 배경 : 인터넷 및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는 중국 현지에서 한국 방송을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가장 큰 성공 이유는 콘텐트의 우수성이다. 또한 중국인에게는 정서적으로 일본보다 한국 드라마·예능이 더 맞는 부분이 있다"며 "자본주의에 익숙해지면서 개인적인 소비욕구나 욕망을 찾게 되고, 이에 한국드라마가 부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은 해외 콘텐트를 어떤 식으로든 규제해 왔다. 아직 노하우를 전수받을 것이 남아있는 한 규제를 늦추겠지만, 자체적 제작능력을 갖추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지금으로선 공동 기획이나 제작 등 협력관계를 구축해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이 단기적인 계약조건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