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진(31)에겐 고민이 있었다. 내수용이 아닌 해외용 스타라는 점이다. 특히 박해진은 중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최고 예능프로그램인 '쾌락대본영'에 세 번의 초대를 받았지만 거절할 정도. 남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에겐 말 못할 답답함이었다. 그런 박해진의 오랜 체기를 단번에 해소해 준 작품이 SBS 수목극 '별에서 온 그대(이하 '그대)'. 그의 대표작은 8년만에야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06)에서 '별 그대'로 갈렸다. 김수현-전지현 커플의 광풍이 너무 셌지만, '2014년판 키다리남' 이휘경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아쉽고 섭섭한 점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분량에 욕심을 낸 건 아니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5개월여 '별그대'강행군을 끝난 박해진은 쉴 틈 없이 또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있다. 오는 4월말 방송되는 SBS 월화극 '닥터 이방인' 속 냉정하고 날카로운 의사로 분한다. 2015년 7월까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스케줄이 꽉 찬 상태. '별에서 온 그대' 종방연도 불참하고 기자와 만난 박해진은 시종일관 밝은 얼굴이었다.
-드라마가 끝났다. 소감이 남다를텐데.
"최종회 방영일 오전 7시에 마지막 촬영 슛이 들어갔다. 내 컷을 찍고 촬영이 끝났는데 아무 느낌이 없더라. 아무 생각 없이 집에 들어왔는데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도 없이 오늘 하루가 끝났구나 생각했다. 내일 다시 촬영에 나가야 할 것 같만 같았다."
-원래 신성록(재경) 역이었는데 휘경으로 바뀌었다. 아쉽지 않았나.
"어느 쪽에서도 손해를 안 보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 재경을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신성록 선배가 정말 연기를 잘 했다."
-중반이 지나면서 분량이 많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분량이 줄어든 게 아니다. 애초부터 분량이 적었다.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내 캐릭터와 연기에 대한 기사와 관심은 커졌다. 원래 의도한 대로 훈훈하게 마무리 돼 특별한 불만은 없다."
-아쉬움은 정말 없나.
"팬들은 분량 때문에 아쉬워 하시더라. 그건 내 몫인 것 같다. 내가 잘했다면 대사가 늘었을 수 있고 도민준과 대립각을 잘 세웠다면 뭔가를 해낼 수 있었다.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작품의 성과는.
"박해진이란 배우에게도 트렌디한 매력을 줬다. 또 장태유 감독·박지은 작가, 좋은 배우들과 작업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됐다."
-트렌디한 매력이란 무슨 의미인가.
"올해 나이가 서른 둘이다. 그간 나이에 맞지 않는 역할을 했다. '에덴의 동쪽' 할 때에도 스물 여섯이었는데 열 한 살 아들이 있는 역할이었다. 주말극도 했고 일일극도 했다. 그러다 보니 올드한 느낌이 있다. 그런 느낌을 트렌디한 느낌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어린 친구들도 많이 알아본다. 지금껏 했던 작품 스타일에서 벗어나 내 가능성을 넓혔다고 생각한다."
-김수현과 전지현과 연기해 본 느낌은.
"김수현은 전지현 선배가 말한 것처럼 내공이 있는 친구더라. 갑자기 나오는 쪽대본을 붙들고도 치밀하게 연기를 해낸다. 어떻게 보면 산만할 정도로 장난도 잘 치는데 촬영에만 들어가면 무섭게 몰입한다. 나보다 어린친구인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현 선배는 평소모습이 천송이와 많이 닮았다. 직설적이고 재밌고 표현도 잘 한다. 처음 만났을 때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중국에서 '별 그대' 인기가 엄청나다던데.
"솔직히 중국 시장에서 안 될거라고 생각했다.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외계인 소재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한국보다 반응이 더 좋다. '치맥(치킨·맥주)'이나 '도민준 헤어스타일'에 '천송이 패션'까지 난리다. 내가 알고 있던 중국이 맞나 싶을 정도다."
-극중 지겹도록 오랜 짝사랑을 했다. 이해가 됐나.
"드라마처럼 15년이나 짝사랑은 절대 못한다. 3년은 해봤다.(웃음) 실제로는 고백은 못하고 그저 옆에서 지켜주는 스타일이다. 사람들은 답답하다고 하는데 뭐 이렇게 생겼으니 어쩔 수 있겠나. 이상형은 수수하고 참한 여자다. 시끄럽고 나대는 여자는 싫다."
-바로 '닥터 이방인' 촬영을 시작한다. 좀 쉬지 그랬나.
"의학드라마를 굉장히 하고 싶었다. 좀 쉬고도 싶었지만, '닥터 이방인' 연출을 맡은 진혁 감독님과 언제 또 작업을 할 기회가 생길까란 걱정이 들더라. 메디컬 드라마라 최근에 수술 참관도 하고 왔다. 겁나기 보다는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