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에 신(新)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 저도주인 맥주는 지난해부터 슬슬 진해지더니 20도 안팎이던 소주는 날이 갈수록 연해지고 있다. 국내 주류업체들은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빠르게 발맞추고 있다.
국내 대표소주, 18도대로 리뉴얼
'연한 소주'의 스타트를 끊은 업체는 롯데주류였다. 롯데주류는 지난 16일 기존 도수에서 1도 낮춘 18도 짜리 처음처럼을 선보였다. '처음처럼'의 도수가 내려간 것은 출시한 지 7년 만이다. 롯데주류는 해당 제품 개발 배경에 대해 "부드럽고 순한 소주를 원하는 고객 욕구에 맞췄다"고 밝혔다.
이어 하이트진로도 바톤을 이어받았다. 8일 후인 지난 24일 대표 제품인 '참이슬'을 리뉴얼하며 알코올 도수를 18.5도까지 낮춘 것. 기존 19도보다 0.5도 낮아진 수치다. 하이트진로측의 설명도 비슷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주의 맛을 찾아내기 위해 주질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18.5도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에일맥주, 라거보다 약 1도 높아
반면, 대표 저도주인 맥주는 진할 대로 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국내 대표 주류 업체 중 처음으로 에일 맥주인 '퀸즈 에일'을 출시하며 진한 맥주의 물꼬를 텄다. "국내 맥주가 밍밍하고 싱겁다"는 혹평이 공공연히 나오면서 '진한 맥주'로 승부수를 둔 것. 퀸즈에일은 '카스', '하이트' 등 라거 맥주와 달리 고온에서 발효시켜 도수가 높고 맛이 진하다. 5.4도로 일반 라거 맥주(4.5도)보다는 0.9도 높다.
오비맥주도 오는 3월 중 '에일 맥주'를 출시할 계획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하려던 계획이 늦춰져 올해 3월 중으로 제품이 나올 것 같다"며 "구체적인 제품 컨셉트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에일 맥주 특성상 라거 맥주보다 묵직하고 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수 차이 8년새 3.9도 좁혀져
소주가 연해지고 맥주가 진해지면서 소주와 맥주의 도수 차이도 현저히 줄었다. 21도의 소주와 4.5도의 라거 맥주가 성행했던 2006년까지 둘의 도수 차이는 16.5도였다. 2014년 현재는 국내 대표 소주 중 가장 순한 '처음처럼(18도)'과 국내 대표 맥주 중 가장 진한 '퀸즈 에일(5.4도)'의 도수 차이가 12.6도에 불과하다. 10년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두 술의 도수차는 3.9도 좁혀졌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 수요층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두 주류의 도수 차이도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소주와 맥주의 나이 구분대가 있었다. 소주는 30~40대 중장년층 이상, 맥주는 20~30대 청장년층이 주로 소비했는데 그 경계가 허물어졌다. 소주를 좋아하는 젊은층, 맥주를 즐기는 장년층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