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호' 윤형빈(34)이 하루 아침에 국민영웅이 됐다. 지난 9일 '로드FC' 격투기 데뷔전에서 일본의 타카야 츠쿠다와 대결해 1라운드 4분 19초 만에 TKO승을 거둔 윤형빈. 그가 막 판에 날린 시원한 카운터펀치와 파운딩으로 타카야 츠쿠다는 그대로 쓰러져 반격 한 번을 못 했다. '임수정 사건'으로 쌓인 국민들의 분노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윤형빈은 전국민에게 '영웅'이 됐다. 소치겨울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부럽지 않은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다.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지 나흘 뒤인 지난 13일 그를 직접 만났다. 각종 인터뷰 요청과 밀린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바쁜 그를 만나기 위해 그가 고정 출연 중인 EBS '최고의 요리비결' 촬영장을 찾았다. 이날 윤형빈은 케이지 안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파이터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혼자했다면 절대 얻을 수 었는 결과였다"며 데뷔전 승리의 공을 '로드FC' 정문홍 대표와 서두원 코치에게 돌리는 겸손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국민 영웅이라고 할 땐 어쩔 줄 모르겠다"며 민망해서 몸을 베베 꼬는 파이터의 '귀여운'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어렵게 만난 윤형빈에게 경기 전 상황과 경기를 치른 소감을 들었다. 예비아빠가 된 심정도 들어봤다.
-경기 영상은 다시 찾아봤나.
"100번 봤다. 그냥 계속 신난 상태다. 하하.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나서 계속 돌려봤다."
-반면, 아내 정경미는 불안해서 경기도 못 봤다던데.
"엄청 불안해했다. 그래서 결국 경기를 못 봤다. 연애할 때부터 격투기는 꼭 해보고 싶다고 얘기를 했는데 아내는 '진짜 나갈 줄은 몰랐다'고 그랬다. 아내는 '그냥 하는 말이겠지'라고 생각해서 허락을 해줬다더라. '언젠가 하겠다'는 말이 와닿지 않았나보다. 경기가 잡히고 '나가게 됐다'고 했을 때 처음엔 안하면 안되냐고 말렸다. 그 때 아내에게 '예전에 허락해줬잖아'라며 이번에 꼭 해야된다고 차분히 설득시켰다."
-하루 아침에 운동선수 아내가 된 셈이다.
"정말 운동선수 아내들처럼 내조를 잘해줬다. 평소 내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는 성격도 아닌데 이번에 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서두원 선수에게 전화해서 어떤 음식이 몸에 좋은지 물어보고 요리를 해줬다. 아내가 옆에서 관리를 잘해줬다."
-경기장에 오지 않았다던데.
"직접 못보겠다고 하더라. 아내는 방송으로도 경기를 안 봤다. 내 전화만 기다렸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전화해서 이겼다고 했더니 펑펑 울면서 '수고했다. 그런데 이젠 시합은 그만 나갈거지?'라고 하더라. 그때 대답을 정확히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좀 지켜볼게'라고 답했다."
-아내의 임신 사실은 언제 처음 알았나.
"데뷔전을 치르기 일주일 전에 알았다. 임신 소식을 들고 두려움 반 반가운 반이었다. 어떤 부모가 될까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던 것 같다. 병원에 가서 초음파로 확인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태명이 튼튼이다. 건강하게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
-어떤 아빠가 되고 싶나.
"딸인지 아들인지에 따라 다르다. 딸이면 엄청 공주님처럼 키울거다. 세상 어려움을 전혀 모르게 키우고 싶다. 하지만 아들일 경우 진짜 무서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 아들이 바르게 잘 자랄 수 있도록 강인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단, 아들이든 딸이든 운동은 시킬 것 같다. 일상 생활 속에서 운동은 중요한 것 같다. 딸에겐 호신술로 격투기를 가르쳐줄거다."
-다음 경기는 잡혔나.
"아직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내가 언제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일단 다음주 부터 훈련은 다시 시작할 거다. 아마도 가벼운 체력 훈련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방송 활동은 어떻게 되나.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내 일이지 않나. 당연히 앞으로도 본업인 방송 활동을 충실히 할거다. 그래서 일부러 데뷔전 이후 오래 쉬지 않았다. 하루 이틀 쉰 뒤 바로 방송 스케줄을 소화했다."
-마지막으로 팬들과 아내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을 정도다. 아내에는 더 고맙다. 나 때문에 오랜 시간 조마조마했을텐데 그 점이 미안하고 또 고맙다. 운동선수 아내의 마인드로 옆에서 내조해줘서 고맙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