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집아저씨' 김영희 예능본부특임국장(54)이 12일 오후 5시 '사장 공모'마감직전, MBC 차기사장에 지원했다. 지상파 3사를 통합해서 예능 PD 출신이 방송사 사장에 지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PD를 제외하고는 사장 후보자에 오른 이들 모두 보도 및 경영 부문 전문가들이다. 김종국(58) 현 MBC 사장, 박명규(66) 전 MBC 아카데미 사장, 안광한(58) MBC 플러스미디어 사장, 이상로(59) IMBC 이사, 전영배(57) MBC C&I 사장, 황희만(60) 전 MBC 부사장 등이 김 PD의 경쟁자들이다. 예능 PD 출신의 사장 도전은 이례적이지만, '김영희'라서 그리 놀랍진 않다. 앞서서 도전하고 개척하는데는 도가 튼 인물이기 때문이다. MBC 입사 이후 관찰 예능·몰래카메라·쇼양(교양프로그램과 쇼프로그램의 합성어)등 새로운 장르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며 예능에 한 획을 그었다. 천재 PD로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쌀집아저씨 김영희가 도대체 어떤 방송사 사장을 꿈꾸길래 지원했는 지 그 속사정이 궁금하다. 최종 MBC 사장 후보는 21일 이사회에서 정해지고,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된다.
-MBC 사장 공모에 지원한 이유가 궁금하다.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최근 1년 넘게 중국에서 플라잉 디렉터로 일하면서 중국 방송사에서 제안을 많이 받았다. 국내에서 스카우트 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고민한 건 사실이지만 방송에 대한 내 철학이나 신념을 돈과 바꾸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방송을 했는데 중국에 가서 중국인들만을 위해 방송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수많은 제의를 다 거절한 뒤 오히려 지금이 내가 한국방송계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라는 생각을 했다. 중국을 오가며 제작노하우를 전하다 보니 국내 방송환경의 위기를 느꼈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고심이 깊어진 것이다.
현장에서 익힌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 MBC와 한국방송계를 위해 새로운 장을 열어야겠다는 의지가 더 확고해졌다. 국내 방송은 이제 포화상태다. 더이상 기존의 국내 방송 시스템으로는 먹고 살 게 없다는 의미다. 뭔가 더 혁신적으로 개척해야한다. 이젠 콘텐츠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할 때다."
-어떤 방식의 변화가 있어야된다고 생각하나.
"방송사 CEO가 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국내 방송의 방향을 해외로 돌리고 싶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공동 제작이다. 지난해 중국 방송 규제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해외 방송사에선 1년에 한 프로그램 이상 포맷을 사지 못하게 규제를 했다. 앞으로는 1년에 한 프로그램이상 포맷을 팔면서 공동제작과 개발로 더 해외 시장에 깊숙이 들어가야한다."
-중국에 포맷을 판 '나는 가수다'와 '아빠!어디가?'가 대박났다. 현지에서 어느 정도 인기인가.
"두 프로그램이 중국 방송계를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현지에서 '나는 가수다'와 '아빠!어디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두 프로그램 모두 중국 방송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모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두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에 중국 방송사에서 한국 예능 콘텐츠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일을 할 때 '꽌시(관계)'를 중시하지 않나. 두 작품을 통해 보다 밀접한 관계가 형성됐다."
-2012년 MBC노조의 장기간 파업 뒤, 보도국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는 외부평가가 있다. 사장이 된다면 어떻게 개선할건가.
"보도 신뢰도가 하락한 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 회복할 수 있다. 분열된 MBC 내부의 화합을 이끌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보도의 균형을 갖추면 공정성을 찾을 수 있다. 동시에 시청자들의 신뢰를 다시 되찾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적으로 특정 성향이나 색깔이 없는 중립적인 인물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정치적 중립성과 보도 공정성에 대한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