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샘 해밍턴은 푸근한 외모와 능숙한 한국어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별명은 '호주형'으로 옆집에 사는 동네 형과 같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롯데 선수들에게 진짜 '호주형'은 따로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롯데 유니폼을 입은 크리스 옥스프링(37)이 주인공이다.
비록 외모는 푸른 눈의 '호주형'이지만, 옥스프링의 행동을 보면 여느 국내 선수와 다르지 않다. 동료들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고, 후배 투수들에게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포수 강민호는 "옥스프링은 국적을 떠나 야구 선배로 존경할 만한 선수"라고 말했고, 투수 이상화는 "때로는 선배답게, 때로는 친구처럼 정말 잘 해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롯데의 2차 스프링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1일 일본 가고시마에서 옥스프링을 만났다.
- 오랜 만이다. 잘 지냈는가.
"물론이다. 동료들을 만난 것보다 훈련장에서 기자를 보면서 시즌이 시작됐다는 걸 느낀다.(웃음) 호주에 머물면서 개인 훈련을 실시했다. 계획한 훈련 스케줄은 모두 소화했다."
- 호주에서는 어떤 훈련을 실시했는지 궁금하다. 현재 몸 상태는 어느 정도인가.
"러닝과 체력 훈련을 꾸준히 했다. 컨디션이 어느 정도 올라온 뒤에는 캐치볼과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가고시마에 오기 전까지 60개 정도를 던졌다. 지금 몸 상태는 60~70% 정도로 보면 된다. 점점 끌어올릴 예정이다."
- 올 시즌 첫 훈련을 소화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느낌이 어떤지.
"지난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갑자기 계약이 체결됐다. LG에서 마지막으로 뛴 게 2009년이니까, 한국에는 4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나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올해는 일찌감치 재계약을 했고, 모든 것을 시즌 개막에 맞췄다. 지난해 이맘 때와 비교하면 느낌은 훨씬 좋다."
- 지난 시즌 초반 다소 고전을 했다. 방출이 될 거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알고 있었나.
"얘기를 직접 들은 건 없지만 어느 정도 느낌은 있었다. 앞서 얘기한 것 처럼 적응에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다행히 4월 말 컨디션이 올라왔고,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 전반기 커터로 재미를 봤고, 후반기에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사용했다. 분석이 된 만큼 올해는 패턴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물론이다. 똑같이 하는 건 무모한 짓이니까. 상황에 맞는 투구를 해야 한다. 다양한 공을 던질 수 있기 때문에 경우의 수는 많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
- 너클볼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 시즌은 기대보다 많이 던지지 않았는데.
"너클볼 연습도 많이 했다. 분명한 건 지난해보다 너클볼을 많이 던지겠다.(웃음) 나는 너클볼을 던지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보통 너클볼 그립은 공과 손바닥에 공간이 있으며, 투수들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놓으면서 던진다. 그러나 나는 너클볼을 찍어서 던진다. 패스트볼 던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너클볼도 어느 정도 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롯데가 재계약을 제안한다면 무조건 할 것'이라고 했다. 약속을 지켰는데.
"롯데는 나에게 기회를 준 팀이다. 여기에 지난해 개인 성적도 만족할 만한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무척 아쉬웠다. 재계약을 해서 동료들과 함께 포스트시즌에 나가고 싶었다."
- LG 시절에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올해는 정말 열망이 클 것 같은데.
"물론이다. 우리는 올해 분명히(definitely) 가을야구를 할 것이다.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무척 강해졌다. 장원준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는데, 정말 훌륭한 투수라고 들었다. 선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 강민호를 붙잡았고, FA(프리에이전트)로 최준석을 영입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은 익히 들었다.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도 좋은 선수로 평가 받는다."
- 먼저 언급을 했는데. 강민호의 FA 소식을 접했나? 엄청난 금액의 계약을 맺었다.
"강민호에게 축하를 해줬다. 그는 대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롯데와 부산에서 강민호의 상징성은 크다. 롯데는 2011년 이대호, 2012년 홍성흔 등 거물(Big) FA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전력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했고, 팬들의 실망도 컸다. (강)민호 마저 놓쳤다면 어떻게 될까? 그의 인기를 고려하면 당연히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롯데가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 정확한 지적이다. 그만큼 올해 팬들의 기대가 크다.
"내가 기억하는 롯데는 엄청난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 홈구장에는 팬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 물론 프로라면 성적이 중요하다. 우리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공격력도 이전에 비해 약해졌다. 그러나 분명한 건 올해는 다르다는 것이다."
- 달라진 점이 또있다. 모든 구단에 외국인 타자가 영입됐다. 판도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당연하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리그 수준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타자들이 실력에 걸맞는 활약한다면, 그걸 보는 국내 선수들도 기량이 함께 발전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리그가 상향 평준화가 된다.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 외국인 타자 가운데 상대해 본 선수가 있는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상대를 해본 선수는 없다. 내가 미국에 있던 시절은 워낙 옛날이니까. 그러나 SK의 루크 스캇과 두산의 호르헤 칸투는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걸로 알고 있다. 두 선수는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타자가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투수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
- 이제 롯데에서 두 번째 시즌이다. 동료들과 어색한 점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오랜 만에 동료들을 보니 정말 좋았다. 강민호와 용덕한을 만나서는 장난도 쳤다. 참, 주장이 바뀌었더라. 조성환이 계속 주장을 할 줄 알았는데, 박준서가 새로운 캡틴이라고 하더라. 박준서를 보자마자 '매일 머리가 아플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농담이다.(웃음)
- 한국 나이로 서른 여덟이지만, 체력적인 문제는 없어보인다. 관리 노하우가 있는가.
"특별하게 관리하는 건 없다. 나이가 많은 건 맞다. 하지만 한국 선수 중에도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라고 본다. 항상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나이는 문제 될 것이 없다."
- 올 시즌 목표와 각오가 궁금하다.
"개인성적을 수치로 얘기하는 건 아직 의미가 없다. 그러나 우리 팀이 올해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건 확신한다.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