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극장가는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할만큼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변한다. 올해 설 연휴도 마찬가지다. 연휴 일주일전 세 편의 한국영화가 개봉돼 관객몰이를 시작했고, 연휴 시작점인 29일에도 무려 다섯편의 신작이 개봉돼 명절 특수를 노린다. 북미 지역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킨 한국발 애니메이션 '넛잡:땅콩도둑들' 등 애니메이션과 '수상한 그녀' 등 코미디영화가 가족관객을 노린다. 전통의 '명절 흥행보증수표' 성룡도 '폴리스 스토리 2014'로 3040 세대를 유혹한다. 16일 개봉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겨울왕국'과 1000만 고지 돌파후 꾸준히 관객몰이중인 '변호인'의 선전도 영화팬들의 관심사다. 갑오년 설 연휴 극장가를 살펴봤다.
▶'넛잡', '겨울왕국' 제압할까? 가족용 애니메이션 경쟁 치열
명절 연휴 기간에 주로 통할만한 작품은 역시 가족관객을 상대로 한 영화. 올해는 굵직한 애니메이션이 눈길을 끈다.
디즈니의 신작 '겨울왕국'이 대표적인 작품. 16일 개봉후 연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으며 27일까지 330만명을 모은 히트작이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40여개국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변호인'을 1위 자리에서 끌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29일 개봉되는 '넛잡'은 대항마가 없어보였던 '겨울왕국'의 질주에 태클을 걸만한 영화다. 국내 제작사 레드로버가 캐나다 스태프들과의 합작을 주도해 할리우드로 진출한 애니메이션이다. 이미 북미 지역에서 개봉돼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휩쓸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개봉2주만에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갖은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 작품. 화제성과 입소문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만만치않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개봉되는 '디노타샤:공룡대탐험'도 어린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공룡의 탄생부터 멸종까지 6가지 에피소드를 압축시킨 애니메이션이다. 아빠와 아들이 과거 지구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으로 재미 뿐 아니라 교육적인 효과도 동시에 누릴수 있는 영화다.
▶'수상한 그녀' '피끓는 청춘' 가족·데이트족 공략
명절을 노린 전형적인 기획영화들도 있다. 연휴에 앞서 22일 개봉된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와 '피끓는 청춘' 등이다. '수상한 그녀'는 욕쟁이 할머니(나문희)가 스무살 '꽃처녀'(심은경)의 몸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 27일까지 130만 관객을 모았다. '피끓는 청춘' 역시 27일까지 99만명을 모았다. 80년대 시골 농업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청춘스타 이종석이 희대의 바람둥이로, 귀여운 이미지의 박보영이 '싸움짱'을 연기해 재미를 준다. 연휴기간 10대부터 20대 등 어린 관객을 대거 극장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황정민 주연의 멜로영화 '남자가 사랑할때'도 22일 개봉후 누적관객수 71만명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정통 멜로를 표방해 흥행속도가 더디지만 연휴 기간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관객들을 불러들이며 특수를 누릴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29일 개봉되는 '조선미녀삼총사'도 하지원·강예원·가인을 내세우며 관객몰이에 나선다.
성룡은 자신의 대표적인 브랜드 영화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을 내놓는다. 개봉연도를 고려해 '폴리스 스토리 2014'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적의 인질이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성룡의 모습을 보여준다. 1985년부터 시작돼 성룡 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며 마니아층을 형성한 시리즈. 60대가 된 성룡이 더 이상 다람쥐처럼 펄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사실적인 액션과 탄탄한 드라마로 승부를 건다. 특히 3040 남자관객에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 설연휴 반등기회 잡을까, 칸영화제 대상작 '인사이드 르윈'도 영화팬 유혹
관객수 1000만명 고지를 넘어서면서 주춤한 '변호인'도 설 연휴기간 반등의 기회를 노린다. 대부분의 '천만영화'가 1000만 돌파를 기점으로 관객수가 떨어지는건 어쩔수 없는 일. '겨울왕국'의 무서운 기세에 눌려 1위 자리를 내줬고 22일 기점으로 신작이 대거 개봉돼 스크린까지 빼앗긴 상태다. 27일까지 340여개의 스크린수를 유지하며 1070만6851명을 모았다. 29일 또 한차례 신작공세가 이어지면 스크린수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 그리고 연휴 기간 동안 재관람을 원하는 관객이 있어 만만치않은 뒷심을 발휘할것으로 보인다.
'인사이드 르윈'의 개봉도 반가운 소식이다. 29일 개봉되는 이 영화는 거장 코엔형제(조엘·에단 코엔)가 내놓은 첫 음악영화. 제66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및 제71회 골든글로브 작품상·남우주연상·최우수주제가상을 휩쓸었다. 전미비평가협회에서 '올해의 영화'로 선정되는 등 찬사를 듣고 있는 작품이다. 오스카 아이삭·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1960년대 겨울을 맞은 뉴욕을 배경으로 빈털터리 뮤지션 르윈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설적인 뮤지션 밥 딜런이 극찬한 데이브 반 롱크의 실화를 바탕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