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계열사 부당지원한 삼양식품에 과징금 26억원
삼양식품그룹이 총수 일가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5년 간 관계 회사를 불법 지원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대형할인점인 이마트에 라면류를 공급하는 거래 과정에 실질적으로 아무 역할이 없는 내추럴삼양㈜을 끼워 넣어 '통행세'를 수취하게 한 삼양식품㈜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억24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삼양식품㈜은 시장 점유율 13.9%를 차지하고 있는 라면류 시장 2위 사업자이며, 내츄럴삼양㈜은 라면 스프 등 천연 및 혼합 조제 조미료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로 현재 시장에서 9.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내츄럴삼양㈜은 삼양식품㈜의 최대주주(33.3%)이며 내츄럴삼양㈜ 지분의 90.1%는 삼양식품 그룹 총수인 전인장 회장 등 친족이 보유하고 있다.
거래 단계에 불필요한 '관계사' 끼워 넣어
공정위에 따르면 삼양식품㈜는 2009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대형할인점인 이마트에 라면류 등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내츄럴삼양㈜을 거래 단계에 끼워넣어 '통행세'를 수취하도록 지원했다. 라면제조업체들은 통상적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과 직거래를 통해 라면을 공급한다.
삼양식품㈜ 역시 이마트를 제외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과는 직접 거래를 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삼양식품㈜이 내츄럴삼양㈜에게 부당하게 지원한 금액은 70억2200만원이며, 지원성 거래 규모를 따지면 1612억89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중간 거래를 통해서 어떠한 경제적 효율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내츄럴삼양㈜은 실질적 역할 없이 중간 마진(통행세)만 수취해 회사 규모를 급속도로 키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지원은 판매 장려금을(단가할인 형태)를 정상 가격보다 높게 책정해 그 차액을 수취하도록 하거나 판매 장려금이 필요없는 경우에도 이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삼양식품㈜은 해당 기간 내츄럴삼양㈜에 11.0%의 판매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는 롯데마트(7.0%), 홈플러스(8.5%)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내츄럴 삼양㈜은 거래처인 이마트에 6.2~7.6%의 판매장려금만 재지급함으로써 그 차액인 3.4~4.8% 상당의 금원을 통행세로 수취했다. 삼양식품㈜은 판매 장려금 지급이 필요없는 이마트 PB(Private Brand)제품에 대해서도 11.0%의 판매장려금을 그대로 지급해 내츄럴삼양㈜이 이를 전액 수취하도록 했다.
관계사 '부당 이익' 고스란히 총수 일가에
삼양식품㈜의 이러한 부당 행위는 결국 삼양식품그룹 총사 일가의 이익에 기여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내츄럴삼양㈜이 이마트에 라면류를 최초 공급하던 1993년 당시 총수 일가의 내츄럴삼양㈜ 지분율은 23.8%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츄럴삼양㈜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2년에는 90.1%로 절크게 늘어났다. 부당 지원을 통해 창출한 내츄럴삼양㈜의 수익이 고스란히 총수 일가의 품에 안게 된 것이다. 내츄럴삼양㈜이 이때부터 삼양식품그룹의 지배구조 최상위에 위치하며, 전인장 회장이 삼양식품 그룹 내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위에 꾸준히 이에 대해 해명을 해왔다"며 "자료를 접수하고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나서 추후에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그룹까지도 관계사를 부당 지원한 행위를 적발해 제재한 첫 사례"라며 "총수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를 부당 지원함으로써 기업 집단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는 등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에 이용된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해나가고 위법행위 적발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