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 대강당에는 '피겨 여왕' 김연아(23),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 등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 모였다. 이날 대한체육회는 대표선수들을 대상으로 올림픽에 필요한 각종 행동 지침과 규정 교육을 실시했다. 대표선수단 60여 명과 함께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김재열 소치 겨울올림픽 선수단장도 동석했다.
대표 소양 교육 강화, 왜?
그동안 여름·겨울올림픽에 나서는 대표선수들은 대회 결단식을 마친 후 10분 정도 간단하게 행동 지침 교육을 받았다. 1시간을 따로 잡아서 선수단 전체가 참석해 이뤄진 올림픽 대표 선수 소양 교육을 실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선수단은 도핑 관련 교육을 20분 정도 받았고, 이후 올림픽 헌장, 윤리 규정, 마케팅·SNS 활용 규정 등 다양한 분야의 심도 깊은 교육을 받았다.
이번 교육은 지난해 8월 런던올림픽에서 발생한 '독도 세리머니'와 연관이 있다.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4위전 당시 남자축구대표팀 박종우(24·부산)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다 IOC로부터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동메달 수여를 보류당했다. 박종우는 6개월 동안 국제축구연맹(FIFA), IOC의 조사가 있은 후에야 뒤늦게 올림픽 동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박종우 사례'를 경험한 대한체육회는 국제스포츠협력센터(ISC)에 선수단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했고, 이를 토대로 처음 소양 교육을 밀도있게 진행했다.
'올림픽 헌장 교육' 분야 강사로 참여한 박진경 관동대 교수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난 9월 IOC 총회에서 축구 선수의 문제로 '올림픽 헌장 입문 트레이닝'을 개설한 대한체육회의 사례가 다른 NOC(국가올림픽위원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밝혔다"고 말했다.
진지한 선수들
교육에 참가한 선수단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일부는 꼼꼼하게 노트에 필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교육을 마친 선수단은 IOC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몸가짐을 조심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이 담긴 올림픽 참가 자격 서약서에도 서명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 이상화는 "올림픽에 가기 전에 이렇게 교육을 받으니 대회가 눈 앞에 다가왔다는 것이 실감난다. 교육받은 것을 토대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상 처음 올림픽에 참가하는 여자 컬링대표팀의 정영섭 감독은 "도핑 규정과 관련해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었다. 꼼꼼하게 잘 따져보고 올림픽을 준비해야겠다"고 했다. 이날 참가하지 못한 스키대표팀 선수들은 28일에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관련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