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잘하는 두 남자는 추운 겨울을 가족과 함께 하와이에서 나기로 했다. 놀러가는 것이 아니다. 내년 시즌을 위한 훈련과 함께, 한 시즌 내내 떨어져 지내야만 했던 가족들을 위한 배려가 담긴 '힐링캠프'다.
과거 SK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호준(37·NC)과 정근우(31·한화)는 13일 가족들과 함께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른다. 단순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족들과 동행하지만, 볼 수 있는 시간은 저녁 밖에 없기 때문. 둘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백사장을 뛰면서 기초 체력을 관리하고 운동 선수에게 최고의 시설을 갖춘 피트니스 센터에서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이호준은 "벌써 두 시즌째 겨울마다 하와이에서 훈련을 했다. 날씨가 따뜻해서 부상 우려가 적고, 부드러운 백사장에서 하는 러닝이 체력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매년 겨울에는 이곳을 찾으려고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효과도 봤다. '베테랑' 이호준은 신생구단인 NC가 7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는데 힘을 보탰다. 팀의 지명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0.278, 20홈런 87타점을 기록했다. 타점과 홈런은 각각 6위와 7위에 해당한다. 특히 기회에 강했다. 득점권 타율은 0.358로 전체 5위다. 김경문(55) NC 감독은 "이번 시즌 중심선수는 주장 이호준이었다. 베테랑으로서 성적과 리더십을 동시에 발휘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우곤 했다. FA(프리에이전트) 대박을 터뜨린 정근우는 올해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0, 9홈런 35타점 28도루를 기록했다. 데뷔 2년째이자 풀타임 첫해인 지난 2006년(45도루) 이후 8년 연속 두자릿수 도루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정근우는 이호준과 함께 하와이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기로 약속했다.
훈련 못지않게 가족들도 챙길 수 있어서 좋다. 이호준과 정근우는 야구선수 중에서도 다복한 가정을 꾸린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 홍연실씨와 결혼한 이호준은 슬하에 아들과 딸이 있다. 정근우 역시 홍은숙 씨와 사이에서 자녀 셋을 거느린 대식구의 가장이다. 야구선수들은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적다. 시즌 중에는 원정경기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고, 설령 홈에서 경기가 있는 날도 식구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집에 들어간다. 특히 올 시즌을 앞두고 NC로 이적한 이호준은 가족과 따로 살아야만 했다. 그는 "비시즌마저 운동하느라 가족을 돌보지 않으면 되겠는가. (정)근우와 함께 낮에는 훈련을 하고, 저녁에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식구들도 좋고 선수에게도 좋은 일석이조 힐링캠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