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K리그 클래식이 9개월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시즌은 유독 풍성한 이야기가 많았다. 드라마같은 포항 스틸러스 우승부터 효험 좋다는 부산 아이파크 윤성효 감독 부적 열풍에 돌아온 탕아 이천수의 폭행시비까지 축구팬들의 귀를 쫑긋 세워줄 이야기가 넘쳤다. 일간스포츠는 2013 K리그를 빛나게 한 이야기를 모아 재미있는 시상식으로 꾸며봤다. '2013 K리그 여러가지 어워드'다.
극장 상=FC 서울 서울은 '서울극장'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매 경기 역전승과 역전패를 기록하는 영화 같은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8월에는 종로에 위치한 진짜 서울극장과 손을 잡고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우리 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하는 것이 콘셉트"라고 할 만큼 서울극장 별명을 좋아했다. 하지만 진정한 '극장'을 보여준 팀은 포항이었다. 포항은 1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종료 1분 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시나리오 작가 상=윤성효 부산 감독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스토리메이커로 떠올랐다. 시즌 초반에는 FC 서울에 유독 강하다는 이유 때문에 '성효 부적'으로 주목받더니 시즌 막판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팀과 K리그 우승팀 판도를 바꾸며 극적인 반전 스토리를 연출했다. 윤 감독이 맡은 부산도 극적인 버저비터 골로 상위 그룹에 잔류했다. K리그 팬들은 윤 감독을 '효멘(윤성효+아멘)'으로 불렀다.
불운 상=김신욱(울산) 이렇게 운이 나쁠 수도 없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팀 우승과 득점왕을 노릴 수 있었지만 리그 최종전 포항과의 경기에서 모든 타이틀을 다 놓쳤다. 경고 누적 때문에 최종전에 나서지 못했던 김신욱은 팀 패배, 우승 실패, 득점왕 실패를 뜬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공들여 쌓은 탑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 김신욱의 표정은 망연자실했다.
배신의 아이콘 상=이천수(인천) 2009년 전남 드래곤즈 코칭스태프와 불화로 임의탈퇴 신분이었던 이천수가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로 복귀했다. 그러나 뼈저리게 반성했다던 이천수는 또 술집에서 폭행시비를 일으켰다.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며 거짓말을 했다가 더 비난 받았다. 이천수는 잘못을 되돌아보겠다며 케냐로 봉사활동을 하러 갔지만 축구팬들의 마음은 완전히 돌아섰다.
마법 상=용갑 매직(김용갑 강원 감독) 강원 FC 김용갑 감독은 8월 부임 이후 13위 강원을 12위로 끌어올려 놨다. 강원은 자동 강등을 면하고 4일과 7일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우승팀 상주 상무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김 감독은 이우혁, 최진호, 김동기 등 무명 선수들을 과감히 선발로 내세웠고, 이들이 모두 골을 터뜨리면서 '용갑매직'이란 별명을 탄생시켰다.
조연 상=수원 북측 골대 올 시즌 수원월드컵경기장 북측 골대는 주연 못지 않게 주목받았다. 수원은 올 시즌 홈에서 경기를 할 때마다 유독 북측 서포터즈석 쪽에 있는 골대에 슈팅이 맞는 경우가 많았다. 올 시즌 수원은 홈에서 11차례 골대를 맞혔는데 그중 9차례가 북측 골대였다. 지난 3월 17일 포항전에는 무려 4차례나 북측 골대를 맞혀 한 경기 한 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2001년 개장 이후 한 번도 교체하지 않던 골대는 지난달 초 새 제품으로 교체됐다.
구사일생 상=성남 일화 K리그 최다우승(7회)에 빛나는 성남 일화는 자칫 공중분해될 수도 있었다. 모기업 통일그룹이 지원을 끊으면서 위기에 빠졌다. 성남시마저 인수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당장 축구단이 해체될 뻔했다. 하지만 서포터즈의 노력으로 다행히 2014 시즌부터 시민프로축구단 성남 FC(가칭)로 태어나게 됐다. 일화 축구단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25년 역사를 마감했다.
감동 상=김민철 부산 트레이너 김 트레이너는 지난달 24일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은 서울 공격수 몰리나에 다가가 서울 의료진, 선수들과 함께 적극적인 응급 처치를 했다. 상대 편이었지만 선수의 목숨까지 왔다갔다하는 위급한 순간에 뛰어난 동료애를 발휘했다. 김 트레이너는 "트레이너로서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덩크슛 상=정성룡(수원) 농구뿐 아니라 축구에도 덩크슛이 나왔다. 수원 골키퍼 정성룡은 지난달 10일 포항전에서 전반 31분 이명주의 로빙슛을 두 손으로 잡아내려다 놓쳤고, 그대로 실점을 허용했다. 팬들은 이 장면을 '정성룡 덩크슛'으로 희화화했다. 정성룡은 이 장면을 비롯해 올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잦은 실수를 하는 바람에 구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