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40) 대전 시티즌 감독대행의 따뜻한 리더십 3종세트다. 2부리그 강등이 기정사실화됐던 대전은 최근 3연승을 달리며 기적 같은 잔류를 꿈꾸고 있다. 대전은 승점25(5승10무20패)로 12위(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팀 순위) 강원(승점29)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대전 돌풍의 중심에는 조 감독대행이 있다. 그는 김인완 감독이 과민성 스트레스 과호흡증으로 쓰러진 후 10월부터 대전 지휘봉을 잡고 있다. 조 대행은 현역 시절 1992년 올림픽과 1994년 월드컵에 출전했으나 이후 부상으로 그저그런 선수로 은퇴했다. 그는 2군 코치 생활을 오래해 '루저'들의 마음을 잘 안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는 편견을 깨고 마치 엄마처럼 선수들을 보듬어 안고 있다.
조 대행은 평소 책에서 좋은 글귀를 보면 메모를 한다. 책임자의 말에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신조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다. 그는 성의 없는 단체 문자 메시지 대신 선수 개개인 이름을 넣어 개별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다. '경인아, 오늘 죽어도 내일을 위한 사과나무를 심자', '한섭아, 우리는 한 배를 탔다, 누구도 노를 놓지 마라'. 대화는 늘 유쾌하게 끝난다. 조 감독대행은 한경인의 무한하트 답장에 '하트 고만 날려라', 김한섭의 '선생님 긴장하셨어요? ^^'란 답장에 '그래 긴장했다 임마'라고 회신해준다.
조 대행은 하루에 3시간씩 숙소 근처를 산책한다. 답답한 감독실 면담 대신 확 트인 공간을 선수들과 동반 산책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조 대행은 우측 풀백 이웅희에게 "웅희야 넌 피지컬이 좋아 센터백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용기내서 한번 해 보는게 어떻겠니"라고 설득했다. 고개를 끄덕인 이웅희는 포지션 변경 후 연승을 이끌고 있다.
조 대행은 전남 코치 시절 제자 윤석영(돈캐스터)에게 축구화를 선물 받았다. 하지만 260㎜로 한 사이즈가 컸다. 원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크면 주려고 보관했지만, 대구전에서 마수걸이골을 넣은 플라타(콜롬비아)에게 선물했다. 조 대행은 "그거 한국 대표 선수가 준거다. 38만원짜리다. 제자에게 욕먹을 각오하고 주는거야"라고 말했다. 플라타는 입이 귀에 걸린채 축구화를 신고 나와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조 대행은 "남들이 대전이 1% 기적을 꿈꾼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가능성을 50%로 보고 있다. 이번 주말 큰산인 성남전 고비를 넘기면 가능성이 80%로 올라간다"며 "대전은 승리하면 서포터스와 기념 사진을 찍는 데 올해는 5번 밖에 못했다. 남은 3번 모두 승리해 기념 사진을 찍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