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은 동료들이 책임졌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은 손흥민(21)도 은은하게 빛났다. 레버쿠젠은 24일(한국시간) 새벽 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한 바이 아레나에서 2013-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조 3차전 홈경기에서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를 4-0으로 대파했다. 손흥민은 71분 동안 뛰며 1도움을 기록했다.
레버쿠젠의 공격은 선두에 선 세 명에게 크게 의존한다. 슈테판 키슬링(29)·시드니 샘(25)·손흥민이 형성하는 일명 '3S' 공격진이다. 샤흐타르전 승리도 3S의 발에서 비롯됐다. 키슬링이 전반 22분·후반 27분에 2골을 터뜨렸고, 샘이 후반 12분 1골을 넣었다. 미드필더 지몬 롤페스(31)가 후반 5분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보탰다.
손흥민은 골이 없는 대신 왼쪽 측면과 중앙을 폭넓게 아우르는 특유의 활동 영역 안에서 팀 플레이에 충실했다. OPTA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손흥민은 적절한 패스로 세 차례 득점 기회를 동료에게 제공했다. 양팀 통틀어 이 분야 최고 기록이다. 그 중에는 후반 12분 기록한 도움도 있었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침투해 들어가는 샘을 보고 지체없이 스루 패스를 제공했다. 최종 수비수 올렉산드르 쿠체르(31)는 손흥민을 막느라 샘을 놓쳤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샘은 득점을 확인한 뒤 곧장 손흥민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선제골 과정에서도 손흥민은 보이지 않는 기여를 했다. 전반 22분 득점 기회가 손흥민의 침투에서 시작됐다. 손흥민의 왼발 슛은 수비수에 맞고 골문을 벗어났지만, 이 공이 지울리오 도나티(23)의 크로스와 키슬링의 헤딩골로 연결됐다. 키슬링이 헤딩하는 순간에도 문전에서 함께 뛰어오른 손흥민이 수비의 견제를 분산시켰다.
샘과 키슬링이 화려하게 빛나는 동안 손흥민은 성실하게 호흡을 맞추며 숨은 영웅 노릇을 했다. 손흥민이 샘의 진로를 정확히 읽고 도움을 제공한 반면, 후반 21분에는 손흥민이 수비 없는 쪽으로 침투를 감행했지만 샘이 적절한 순간에 패스를 내주지 못한 장면도 있었다. 후반 26분까지 8.49㎞를 뛴 손흥민은 조금 더 수비적인 옌스 헤겔러(25)와 교체됐다. 손흥민은 챔스리그 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 경기 승리로 2승1패(승점6)가 된 레버쿠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7)에 이은 조 2위로 올라섰다. 레알 소시에다드(승점0)가 전패 중이기 때문에 실질적 경쟁자는 샤흐타르(승점4)다. 24일 열릴 샤흐타르와의 원정 경기까지 승리한다면 16강 진출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