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결승전에서 우승한 SK텔레콤 T1의 태극기 세리머니가 불발된 이유가 '커뮤니케이션 오류'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3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결승전 직후 관중 1만1000명의 시선은 중앙 무대로 쏠렸다. 우승한 SK텔레콤의 세리머니를 보기 위해서다. 특히 SK텔레콤 관계자들은 선수들이 태극기를 두르고 무대로 나오기로 돼 있어서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태극기는 경기석에서만 잠깐 등장하고 사라졌다.
이에 대해 선수 중 한 명인 채광진은 인터뷰에서 "(라이엇게임즈) 스태프가 태극기를 내려놓고 중앙 무대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세리머니를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태극기 세리머니를 제지당한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결승전 직전에 태극기 세리머니에 대해 물어봤을 때 괜찮다고 했다"며 "그런데 현장에서는 롤드컵은 국가 대항전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나라가 부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태극기를 가지고 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e스포츠 전문가들 사이에서 라이엇게임즈의 태극기 세리머니 제지가 정당한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롤드컵이 클럽 대항전이기 때문에 태극기 세리머니는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정통 스포츠에서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경우에는 금지하지만 국기 세리머니는 제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롤드컵이 스포츠를 지향하고 있고 사전 고지나 규정이 없었던 만큼 제지한 것은 부절적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라이엇게임즈는 뒤늦게 사실 확인에 나서 당시 '태극기 세리머니 제지'는 커뮤니케이션 오류에 따른 해프닝이었다고 해명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 관계자는 "3경기 직후 SK텔레콤 선수들이 국기 등을 들고 세리머니를 하다가 포디움(중앙 무대)으로 이동하는 순간 현장 스태프 중 누군가 이동에 위험할 것 같으면 손에 든 것을 놓고 가라는 말과 사인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이를 태극기 세리머니 제지로 오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라이엇게임즈는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국기나 국가를 드러내는 세리머니에 대한 제재나 규정이 전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위험하지 않다면 모든 세리머니가 허용된다고도 했다.
한 e스포츠 전문가는 "이번 태극기 세리머니 불발 해프닝은 롤드컵이 얼마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스포츠를 지향하는 만큼 좀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