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운명이다. K리그 슈퍼매치의 두 주인공 수원 삼성과 FC 서울이 서로의 창과 방패를 바꿔 들고 올 시즌 세 번째 맞대결을 준비 중이다. 신나게 찌르던 팀은 막는 방법을 배우느라, 방어에 치중하던 팀은 찌르기와 베기를 연마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수원과 서울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3 32라운드 경기를 벌인다. 'K리그 대표 라이벌전'이라는 타이틀에 시즌 막판 순위 싸움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걸려 있어 무게감이 남다른 매치업이다.
올 시즌 두 번의 맞대결은 1승1무로 서울이 앞섰다. 2010년 이후 이어가던 대 수원전 무승 징크스도 9경기(2무7패) 만에 끝냈다.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양 팀 분위기가 엇갈렸다. 서울은 조직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K리그 간판 골잡이' 데얀(32)을 꼭짓점으로 삼아 화려한 패스축구를 선보였다. 서울이 창이라면 수원은 방패였다. 4월 열린 1차전(1-1무)에서 주포 정대세가 퇴장 당해 수적 열세에 시달렸고, 8월 2차전에서도 주전급 멤버들의 줄부상으로 1.5군 수준의 라인업을 가동했다가 1-2로 패했다.
9일 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양 팀의 역할이 서로 뒤바뀔 전망이다. 홈팀 수원은 방패를 내려놓고 창을 꺼내들었다. 부상으로 인해 3개월간 전력에서 이탈한 '불도저' 정대세(29)가 복귀했고,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30)도 제대와 함께 합류했다. 두 선수 모두 언제든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실력자들이라는 점에서 수원의 반격을 이끌 선봉장으로 손꼽힌다. 정대세는 "2년 동안 슈퍼매치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수원이 공교롭게도 내가 입단한 이후 2연속 무승을 거둬 자존심을 다쳤다"면서 "경기 내용은 상관없다. 무조건 이기겠다. 새로운 연승 행진의 출발점을 만들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상대적으로 서울은 수비 조직력 점검에 주력하며 방패부터 손질하는 분위기다. 주포 데얀이 조국 몬테네그로의 월드컵 본선행에 힘을 보태기 위해 자리를 비워 공격력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만능 공격수 몰리나(33)가 건재하지만 해결사보다는 조력자 타입이라 골게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베테랑 수비수 아디(37)가 부상을 당해 라인업에서 빠진 것도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원인이다. 서울의 수비라인을 이끄는 김진규는 "전력에 크고 작은 공백이 생겼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팀 다운 경기력을 선보인다는 각오는 여전하다"면서 "정규리그 무실점 행진(4경기)을 슈퍼매치에서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