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골키퍼 김승규(23)가 미친 선방으로 K리그판 엘 클라시코(El Classico) 승리를 이끌었다. 울산은 2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울산은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을 끊고 승점45(13승6무6패)로 선두 포항(승점49)을 추격했다.
아울러 울산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2011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벌전이라며 명명한 '동해안 더비'에서도 승리해 두배의 기쁨을 누렸다. K리그 30년 역사의 전통 라이벌 울산은 439승으로 포항(436승)을 따돌리고 K리그 최다승 기록도 이어갔다.
주연은 전반 3분 선제골을 넣은 김영삼, 후반 23분 쐐기골을 넣은 한상운이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 있었다. 수차례 슈퍼 세이브를 선보인 골키퍼 김승규였다. 김승규는 전반 12분 이명주의 프리킥을 몸을 던져 막았다. 7분 뒤 황진성의 중거리슛도 다이빙 펀칭으로 쳐냈다. 전반 41분 조찬호의 초근접거리 슈팅도 동물적 감각으로 막아냈다. 2011년 포항과 플레이오프에서 페널티킥 두개를 잇달아 막은 김승규는 이날도 포항 킬러로서 위용을 떨쳤다.
경기 후 '적장' 황선홍 포항 감독은 "김승규가 득점과 무방한 슈팅을 막았다. 공격 전개 작업 원활했고 유효슈팅도 많았는데 결과가 안 따랐다"고 말했다. 김호곤 울산 감독도 "승규가 김영광이 초반 부상으로 결장한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 경기력도 좋아지고 있다"며 "대표팀을 다녀온 뒤 안정감도 찾았다. 본인도 대표 선수 격에 맞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김승규는 "형들과 자발적으로 하루 더 합숙을 해서 무실점 승리를 이뤄냈다. 포항전은 자신있다. 과거 뒤에서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큰 관심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더 집중해서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페루와 평가전에 A대표팀에 첫 발탁된 김승규는 연이은 슈퍼세이브로 0-0 무승부를 이끌었다. 다음달 아이티, 크로아티아와 A매치 2연전에서는 정성룡(수원),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3대1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김승규는 "대표팀을 경험해서 자신감이 생겼다. 정성룡, 김진현 선수와 함께 운동을 하면서 좋은 경쟁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