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이 '페르소나(Persona)'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과 재회했다.
홍 감독은 아이티(9월6일·인천), 크로아티아(9월10일·전주)와 평가전을 앞두고 27일 구자철을 포함한 25명 명단을 발표했다. 홍 감독과 구자철은 페르소나 관계다. 페르소나는 영화계에서 감독과 그의 속뜻을 가장 잘 파악하고 표현해내는 단짝배우다. 마틴 스코시지-로버트 드니로, 봉준호-송강호 등이 대표적이다. 축구계에서는 알렉스 퍼거슨-라이언 긱스, 최강희-이동국 등이 있다.
구자철은 홍 감독이 지휘했던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에서 모두 주장 완장을 찼다. 조직력과 콤비네이션, 전방 압박 등 홍 감독의 축구 철학을 가장 잘 발현하는 선수다. 홍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엔트리에서 탈락해 실의에 빠진 구자철에게 전화를 걸어 "넌 우리나라 최고가 될 수 있다.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지 말라"고 말할 만큼 아낀다.
올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볼프스부르크로 임대복귀한 구자철은 개막 후 3경기 연속 선발출전하며 홍 감독의 믿음과 기대에 부응했다. 구자철은 얀 폴락(체코), 슬로보단 메도예비치(세르비아) 등 국가대표 출신들이 즐비한 중원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일본 대표팀 하세베 마코토가 이적을 요청할 만큼 치열한 포지션이다. 구자철은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로 공격형 미드필더 디에구, 수비형 미드필더 구스타보와 중원을 책임지고 있다. 볼프스부르크 '에이스' 디에구는 최근 디터 헤킹 감독에게 "구자철과 함께 뛰는게 좋다"고 말했다.
홍 감독도 지난 24일 독일 코파스 아레나에서 열린 볼프스부르크와 마인츠의 2013-2014 독일 분데스리가 3라운드를 현장 관전하며 이를 확인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며 "구자철은 공격적 재능이 있지만 소속팀에서 수비적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팀에서는 공격 재능을 좀 더 살리고자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 시절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8차전 명단에서 제외됐던 구자철은 홍명보 체제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홍명보 감독은 홍명보호 3기에도 하대성(서울)에게 주장완장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하대성은 K리거와 일본 J리거로 구성된 홍명보호 1, 2기에서 비록 팀은 3무1패에 그쳤지만 중원에서 제 몫을 다했다. 자칫 주장완장을 다른 선수에게 인계할시 책임을 묻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단 홍 감독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구자철에게 주장완장을 채울 가능성도 상존한다. 홍명보호 3기에는 유럽파가 7명, 런던올림픽 멤버가 10명이다. 2007년부터 4년간 K리그 제주에서 뛴 구자철은 국내파와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구자철은 독일에서도 친정팀 제주 경기를 챙겨볼 만큼 K리그에 대한 애정이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