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에서는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준결승이나 결승에서 탈락하는 팀은 허무한 심정으로 정규리그를 준비해야 한다. 박경훈(52) 감독이 이끄는 제주가 그랬다.
제주는 2013 하나은행 FA컵 4강에 진출했다. 21일 진행된 대진 추첨 결과 제주는 포항을 제주 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 준결승을 치르게 됐다. 또 다른 준결승전은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부산과 전북의 맞대결이다. 준결승 경기는 9월 14일 또는 15일에 열린다. 결승전은 10월 19일로 예정되어 있다.
제주 부임 4년차인 박 감독은 올해까지 세 번째 4강 진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결승 무대를 밟은 경험은 없다. 2010년 준결승 당시 수원을 상대한 제주는 연장전까지 0-0으로 접전을 벌인 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당시 간판 골잡이였던 김은중과 네코가 땅을 걷어차는 실축을 저지르며 수원에 결승행 티켓을 내줬다.
2012년에는 포항을 맞아 후반까지 1-1로 팽팽한 승부를 펼쳤으나, 후반 31분 수비수 한용수가 머리로 공을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기록하며 패배했다. 번번이 작은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박 감독은 이번에야말로 '작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앞선 준결승은 모두 원정 경기장에서 치른 반면 이번 4강전은 제주의 홈경기라는 점이 달라졌다. '어느 팀이든 상관없으니 홈경기만 걸려라'라는 박 감독의 기도가 이뤄졌다.
제주는 홈에서 유독 강하기로 유명한 구단이다. 결승에 진출했을 때의 대진도 유리한 편이다. 결승에서 전북을 만나면 제주가 홈경기를 치르게 된다. 부산을 만날 경우 제주가 원정을 떠나야 하지만, 공항과 경기장이 가까운 부산은 비교적 부담 없는 원정지다.
"포항은 강팀이지만 홈인 만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우승하면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염색하겠다"고 말한 박 감독은 정상을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FA컵에 우승팀에는 상금 2억 원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