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LG와 롯데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경기를 앞두고 LG 선수단의 훈련일 한창일 때 한 선수가 더그아웃에 모습을 나타냈다. 전날 선발로 나서 패전을 기록한 우규민(29)이었다. 스트레칭을 마친 뒤 다음 훈련차례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우규민에게 8일 경기 내용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롯데 타자들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며 "나도 준비를 했다. 그러나 평소 안하던 준비를 한 것이 역효과를 낸 것 같다. 그냥 하던대로 해야지, 사람이 변화면 안되나보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우규민은 8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80구를 던지며 10피안타·1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10피안타는 그의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그만큼 투구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LG는 4-5로 패했고, 우규민은 패전을 떠안았다. 시즌 10승과 전구단 상대 승리의 기회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최근 7연승을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아쉬움은 두 배로 컸다.
우규민은 "솔직히 전구단 상대 승리에 신경을 썼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프로야구 투수들 가운데 전구단을 상대로 승리한 선수는 없다. 이날 우규민이 승리할 시 올 시즌 최초 전구단 승리가 가능했다. 그는 "경기 전날 롯데 선수들이 언더핸드와 사이드암을 상대한 비디오 영상을 2시간 이상 봤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냥 나도 모르게 뭔가 하고 싶더라. 하지만 역효과만 났다. 그냥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패전을 기록했지만, 우규민은 올 시즌 9승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승을 기록 중이다. 그의 당초 목표는 선발로테이션 지키기.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이 생겼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규민은 "올시즌 처음 목표는 선발로테이션만 잘 지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승리를 챙길수록 사람 욕심이 그렇지 않더라. 어제 배영수 선배님이 10승을 했는데, 만약 내가 했다면 토종 선수들 가운데 10승 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두 자릿수 승수도 중요하지만, 전구단 상대 승리가 더 신경쓰였다"고 말했다.
우규민은 "어제 패배로 좋은 경험을 했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맡겨야 한다. 롯데와 한 차례 더 붙고 싶다. 다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물론 그러면 전구단 승리도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