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용의(28)가 확 떴다. 지난 7일 마산 NC전에서 생애 첫 한 경기 2홈런을 쳐 주목받은 그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수비 관련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 시쳇말로 '빵' 터뜨렸다. 네티즌들은 곧바로 '야잡죽'이라는 줄임말을 만들어냈다. ‘김용의 어록’이라 부를 만했다. 그는 7일 경기에서 선발 2루수로 나온 뒤 5회말 1루, 8회말 3루 대수비도 했다.
김용의는 8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그런 말을 한 이유에 대해 얘기했다. "수비 위치는 상관이 없다. 어디를 가도 재미있다. 그런데 키가 커서 자세가 안 나온다. 잘 잡아 아웃시키기는 하지만 어정쩡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자세가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인체가 그런 인체가 아니라서…"라고 덧붙였다.
그는 키가 187㎝다. 내야수치고 상당히 큰 편이다. 여기에 몸무게가 75㎏밖에 나가지 않아 홀쭉하다. 그는 "땅볼을 잡으려면 자세가 낮아야 유리하지 않나. 나는 다리와 팔이 길어 이상하다. 공을 잡으려면 허리와 무릎을 다 굽혀야 해 숨쉬기도 힘들다"고 고충을 얘기했다. 이어 "영상으로 내가 수비하는 걸 보면 농사짓는 것 같다. 밭매기 비슷하다"고 했다.
엉거주춤한 폼은 타고난 신체에도 원인이 있었다. 그는 "내 몸이 좀 뻣뻣하다"고 유연성 부족을 인정했다. 요가를 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하자 "근육이 끊어지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현재 김용의만한 장신 내야수는 넥센 서동욱과 NC 모창민(이상 188㎝), 삼성 채태인, SK 박정권(이상 187㎝) 등이 있다. 이 중 내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는 서동욱과 모창민 정도다.
김용의는 '자세가 나오는 수비수'로 팀 동료인 유격수 오지환을 꼽았다. 오지환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키는 186㎝로 김용의와 거의 같다. 김용의는 "나보다 작다. 181㎝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자신처럼 어설픈 수비 자세가 나올 키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김용의는 수비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자세가 예쁘면 더 좋겠지만 잡는 거나 던지는 것은 자신 있다"고 했다. 키가 커 유리한 점도 있다. 그는 주로 1루수를 맡는다. 팔다리가 길어 공을 약간이라도 더 일찍 잡고, 조금 벗어나는 송구도 문제없이 캐치한다.
8일 경기에서는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쳐 박수를 받았다. 다이빙 캐치는 기본이고, 오지환과 호흡을 맞춰 병살 플레이도 깔끔하게 처리했다. 8회초부터는 손주인 대신 2루수를 맡아 자리를 잘 지켰다. 올 시즌 김용의의 실책은 80경기에서 단 1개. 그의 말대로 그냥 잡아서 잘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