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인상을 두고 정부와 유업계의 충돌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원유 가격·생산 경비 등이 올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유업체들의 주장과 과도한 인상을 자제하는 정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특히 정부의 우유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도 유업체들이 잇달아 인상을 강해하자 정부가 가격 인상에 대한 적정성 조사에 착수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유업계 "원유값·생산경비 인상에 따른 것"
문제는 원유가격연동제 도입에서 시작됐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우유생상비 증감액에 전년 소비자 물가인상률을 적용해 매년 8월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27일 낙농진흥회임시이사회에서 리터 당 834원인 원유 기본 가격을 940원으로 12.7%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원유 가격이 인상되자 7월부터 유업체들은 우유 가격 인상폭과 시기 등을 조율해왔다. 총대를 맨 것은 매일유업이었다. 지난달 29일 매일유업은 8월 8일부터 흰우유 1L의 가격을 25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매일유업측은 원유값과 생산경비가 인상돼 바로 적용하지 못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30일에는 동원 F&B가 8월 1일부터 우유 가격을 평균 7.5% 인상한다며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우유와 빙그레 역시 8월 인상 계획을 내놨고 부정 여론을 고려한 남양유업 만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상황을 지켜보던 정부는 즉시 물가 단속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가 대형마트 3사와 하나로클럽 관계자를 정부청사로 소집해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시장 동향을 점검한 것. 이날 우유 판매 가격에 대한 인상 자제 요청의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부의 조치에 눈치를 보던 동원이 지난 1일 우윳값 가격 인상 계획을 전면 보류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우윳값 인상 도미노'에 제동이 걸리는 듯 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2일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가격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재역전됐다. 8월 중순 인상을 계획하고 있던 서울우유는 돌연 인상 시기를 앞당겨 9일부터 흰우유 1L의 가격을 10.8%(25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정부 "원재료 인상에 편승하는 것은 부당"
서울우유에 이어 푸르밀·빙그레 등 유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할 조짐이 보이자 이번에는 소비자단체가 나섰다. 4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앞서 우유업체들이 내놓은 인상 가격이 과도하다며 인상된 원유 가격 106원만 우윳값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유인상분 106원에 인건물류비 상승분 144원으로 구성된 업체들의 인상폭(250원)에 반기를 든 것.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가공유 및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6일 정부도 유업계의 우유 가격 인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소비자단체에 힘을 실어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주요 우유업체의 가격 인상이 적절한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원유가격인상이 우윳값에 과도하게 반영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역시 원재료 등 상승분은 가격에 반영할 수 있지만 이에 편승한 부당한 가격은 억제해야 한다고 보고 우선 원유가격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 주요 소비자단체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장 감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